[바쁘대] 자본은 선의로 움직이지 않는다
애플은 왜 ‘탄소배출 제로’ 아이폰 개발을 선언했을까요? 빌 게이츠와 제프 베이조스는 왜 ‘농업’에 투자할까요?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위기라는 화두에 앞서 돈은 언제나 가장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늘 바쁘대는 국내 1세대 임팩트 투자 전문가인 제현주 대표가 말하는 자본시장의 뉴노멀에 대해 알아봅니다. ESG 패러다임을 선점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필독서 ⟪돈이 먼저 움직인다⟫를 대신 읽어봤습니다.
ESG, 비즈니스 생존 키워드
임팩트 투자는 ESG 요소를 고려하는 지속가능 투자의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비즈니스를 통해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곳에 투자합니다. 2017년 임팩트 투자사 옐로우독의 대표를 맡은 저자는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막 시작되던 자본의 재배치를 목격했습니다. 대형 금융기관과 주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임팩트 투자에 뛰어들어 20억 달러(약 2조 2,600억 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 펀드가 결성되는 등 그 열기가 숫자로 가시화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는 이와 같은 흐름을 더욱 급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ESG가 비즈니스의 ‘생존’ 키워드가 되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자본은 ‘선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2020년, 다보스포럼은 2003년생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연사로 초청했습니다. 다보스포럼은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재계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세계 자본주의 질서가 해결해야 할 현안을 놓고 토론하는 자리입니다. 그 중심에 서서 마이크를 잡은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은 자본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2021년, 블랙록의 회장 래리 핑크는 기업 CEO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기후 리스크가 투자 리스크”라며 각 기업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6조 달러(약 6,700조 원)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블랙록의 메시지는 곧 산업계를 향한 자본시장의 메시지로 여겨집니다.
이처럼 기후활동가들의 목소리가 자본주의의 심장부에서 울려퍼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기후활동가들가 자본계 주요 인사들의 메시지가 겹치기 시작한 이유는, 눈앞에 닥쳐온 기후위기가 자본의 셈법을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긴 기간 동안 돈을 잘 벌려면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이익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사실, 주주뿐만 아니라 사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지구 환경에 미치는 여파까지 고려할 때 비즈니스의 진정한 손익 계산을 마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결과입니다.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 있는 곳에는 언제나 커다란 시장의 기회가 있다
자본시장이 이토록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응을 촉구하는 이유는, 이것이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리스크인 동시에 선제적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의 광맥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의 필요와 욕구가 모이는 곳에 커다란 시장이, 커다란 기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 기회로 해석하고 포착하는 임팩트 비즈니스는 이런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보여주는 풍향계 역할을 합니다. 저자는 육류 소비를 줄이는 대체 단백질 기술, 대기 중 탄소를 저장하는 탄소 포집 기술, 식재료의 수명을 늘리는 식품 코팅 기술, 포용적인 금융, 문턱을 낮춘 교육 서비스 등등 지금 임팩트 투자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혁신과 도전들을 소개합니다. 더불어 이것들이 우리의 일과 사업, 사회를 어떻게 다르게 만들지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10년 전, 기후변화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녹고 있는 극지대의 빙하’였다면, 지금은 ‘꺼지지 않는 산불’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마’가 이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머나먼 북극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직접적으로 타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본이 자기 보호와 생존 전략으로 기후 대응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제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돈이 먼저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쁘대(바쁘니까 대신 읽어드립니다)는 바쁜 구독자 여러분들을 대신해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책을 직접 읽어드리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