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타트업들 뒤에는 그들을 알아보고 지갑을 열어준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들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중심에 VC업계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스타트업들이 딱 알맞은 시기에 뜻을 같이할 좋은 투자사를 만나는 것은 마치 극작가가 하나의 뮤지컬을 완성할 마음이 맞는 작곡가를 만나는 것처럼 어려워 보입니다. 오늘은 수많은 스타트업의 성공신화를 함께 만들어낸 글로벌 VC들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애플, 구글에 투자한 벤처투자의 원조 ‘세콰이어캐피탈’ 

세콰이어캐피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VC답게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자랑합니다. 1972년 설립되어 구글, 오라클, 애플, 에어비앤비, 엔비디아, 페이팔, 왓츠앱, 야후 등에 초기투자를 하며 실리콘밸리의 대표VC로 자리잡게 되는데요. 세계 최초의 게임기 회사인 아타리에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1975년 이제 막 사과씨를 심은 애플에 초기투자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합니다. 1997년에는 스타트업의 성지인 이스라엘에, 2005년에는 중국에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를 세우게 됩니다. 

2014년 쿠팡 투자를 시작으로 국내 투자도 계속해오고 있는데요. 2018년에는 비바리퍼블리카, 2020년에는 무신사 등에 투자했습니다. 세콰이어캐피탈은 최근 펀드 만기 시기에 맞춰 수익을 창출하는 전통적인 방식이아닌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하는데요. 가상화폐 관련 스타트업에도 활발한 투자를 하는 등 기존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또 어떤 파급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트위터에 투자한 웹3 선두주자 ‘앤드리슨 호로위츠’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이 회사는 알파벳 a로 시작해 16개의 알파벳이 중간에 있고 마지막은 z로 끝나서 ‘a16z’로 불리기도 합니다. 트위터, 에어비앤비, 스카이프, 리프트 등의 초기투자사로 유명한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초기 단계와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데요. 특히 암호화폐 업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이들은 최초로 증시에 상장한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투자한 이래로 블록체인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a16z의 투자 소식이 들리면 해당 프로젝트와 코인의 인기가 올라간다고 하는데요. 2018년에는 암호화폐 기업 투자에 집중하는 ‘a16zcrypto’ 펀드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최근 a16z는 실리콘밸리의 핫 이슈인 웹3를 강력하게 밀고 있는데요. 웹3는 ‘개인소유’와 ‘탈중앙화’를 기조로 삼습니다. 대표적으로 NFT(대체불가능토큰)와 디파이(탈중앙금융)가 있습니다. 이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거대 IT 기술들의 통제하에 있는 웹2의 대안으로 불립니다. a16z를 선두로 VC들은 이미 웹3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최근 트위터의 전 CEO이자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운영중인 잭 도시는 “웹3를 실리콘밸리 VC들이 장악한다”며 a16z를 저격했고, 이에 a16z가 잭 도시를 트위터에서 차단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습니다. 웹3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a16z의 영향력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스타트업들의 존경을 받는 투자사 ‘벤치마크캐피탈’

벤치마크캐피탈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오래된 VC 중 하나입니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유명한 이들은 우버, 스냅챗, 틴더, 트위터, 드롭박스, 이베이, 질로, 인스타그램 등에 투자했습니다. 벤치마크캐피탈이 2011년 이후로 투자한 회사들 중 23개가 인수합병됐고, 14개가 기업공개를 했습니다. 이들의 총 기업가치는 약 71조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벤치마크캐피탈은 초기단계 투자를 독점하거나 많은 지분을 갖는 투자를 할 뿐만 아니라, 항상 이사회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윤리와 책임감을 중요시하는 벤치마크캐피탈은 우버의 초기투자사였지만, 우버의 CEO 트레비스 칼라닉이 성추문에 휩싸이자 가장 먼저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벤치마크캐피탈에는 고급 인재들이 잔뜩 포진해 있습니다. 먼저 빌 걸리(Bill Gurley)라는 유명한 투자자가 있는데요. 유명 IT매체에서 항상 벤처캐피탈리스트 실적 1~2위를 다투는 인물입니다. 몇 명의 투자자들에 대한 정보를 보면 저마다 다른 전문 분야를 가지고 엄청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검색엔진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구글에 투자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는 빌 걸리는 인터넷 플랫폼에,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의 초기 임원이었던 맷 콜러는 SNS 및 소프트웨어에, 디즈니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미치 레스키는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습니다. 헬리콥터 조종사인 피터 팬톤은 게임 및 로보틱스 투자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가장 성공한 VC 중 하나지만 벤치마크캐피탈은 여전히 독특한 기업문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소수의 파트너들로 구성된 이 회사의 구성원들이 모두 평등한 위치에 있고, 성과보수를 모두 똑같이 나누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투자하는 펀드 규모 역시 한 펀드당 5,000억원에 고정해 늘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재즈밴드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자신들의 철학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있는 이들이 어떻게 변화할지 실리콘밸리 전체가 주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