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장난감 로봇 버즈 라이트는 허공에서 떨어질 때마다 “To infinity and beyond!(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를 외치곤 합니다. 버즈 라이트는 영화 속에서 우주를 꿈꾸며 날아오르거나 혹은 멋지게 추락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곤 하는데요. 버즈 라이트처럼 “무한한 공간, 저 너머”를 꿈꾸는 사람이 현실세계에도 있습니다. 바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수장 일론 머스크인데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21년 ‘올해의 인물’에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지구 안팎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아이언맨,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하면 다양한 연관 검색어들이 떠오르는데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재산 3,008억달러(약 357조8,000억원)을 돌파한 부자, 자율주행 및 첨단기술이 적용된 전기차 테슬라의 리더, 6,900만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사람들을 화성에 데려다주겠다는 괴짜 등등. 한 사람이 하나도 보유하기 힘든 타이틀을 일론 머스크는 계속 추가해나가고 있습니다. 

1995년 일론 머스크는 동생인 킴벌 머스크와 함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지역정보 제공 시스템인 ‘Zip2’를 창업했고, 그 후 온라인 금융서비스인 ‘X.com’을 설립했습니다. X.com은 페이팔의 전신이 되는 회사인데요. 머스크는 표준 금융도구를 온라인에 도입하고, 은행사업을 현대화하며 실리콘밸리의 주역이 됩니다. 

머스크는 빠르게 성장한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한 후 본격적으로 스페이스X, 테슬라, 태양에너지 회사 솔라시티, 최고 속력 1,300km/h인 친환경 교통수단 하이퍼루프,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기업인 오픈AI, 인간의 뇌와 컴퓨터 연결을 연구하는 뉴럴링크, 그리고 교통체증 해결을 위한 터널을 만드는 회사인 더 보링 컴퍼니를 설립하게 됩니다. 

화성에서 자급자족하겠다는 꿈, 스페이스X

오늘은 2002년 머스크가 스스로도 “나는 실패를 예상하고 스페이스X를 시작했다”라며 도전한, 주변 사람들을 비롯해 각종 언론사들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며 설립했던 스페이스X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광대한 우주문명을 다룬 SF 도서 ⟪파운데이션⟫을 읽으며 우주를 동경해왔다고 하는데요. 머스크의 꿈은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해 정착하는 것입니다. 2021년 12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앞으로 5년 안에 인간이 화성에 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화성에서 태양광을 동력으로 한 수경농업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스페이스X는 2020년에 화성에 이주민을 보내겠다던 계획을 2026년에 100명을 태운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는 것으로 수정했습니다.

에펠탑도 접으면 들어가는 우주선, 스타십

화성을 탐사하고 화성에 정착하겠다는 최종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페이스X는 수많은 실험과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데요. 스페이스X는 유례없이 거대한 여행용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약 122미터 높이에 달하는 스타십은 약 100톤의 화물 또는 사람을 수송할 수 있고, 파리의 에펠탑 전체를 분해해서 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라고 합니다.

이 거대한 로켓은 2020년부터 발사 및 착륙 시험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도중에 계속 폭발을 거듭하다 2021년 5월 첫 성공을 거뒀습니다. 화성까지 가는 데 편도로만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엄청난 연료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돌아올 때 필요한 연료를 로켓에 싣는 것도 어려운 문제라고 합니다. 스페이스X는 이제까지 130회가 넘는 로켓을 쏘아올리며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류 최초 순수 민간인만 태운 우주선

2021년 9월 스페이스X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순수 민간인으로만 구성된 4명을 태우고 시도한 저궤도 비행 미션에 성공했습니다. 고도 80~100km 정도의 준궤도에 몇 분 정도 머물다 돌아오는 우주관광과 달리, 팰컨9 우주선은 고도 420km에 위치한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 더 높은 575km 궤도를 3일간 돌다 돌아왔는데요. 훈련받은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이 이렇게 장기간 우주에 머문 것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탑승자들은 우주를 360도로 볼 수 있는 거대한 유리돔이 달린 재활용 우주선(NASA 우주비행사들을 이송시키는 데 사용했던 크루드래곤(Crew Dragon)호를 개조한 우주선)에 탑승해 지구를 5.5바퀴 왕복했습니다. 식사를 하고, 리서치 연구에 참여하고, 스폰서 중 한 곳이 제공한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등의 미션도 수행했다고 하는데요. 이 실험은 지구와 우주의 경계만 오가는 우주여행이 아닌 좀 더 높은 고도에 진입해 긴 시간을 보낸 뒤 돌아오는 첫 우주관광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어디서든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하게, 스타링크

스페이스X의 또 다른 야심찬 프로젝트는 소형 인공위성 기반으로 데이터 통신용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초고속 인터넷 통신이 가능하도록 우주에 수만개의 소형 위성을 띄우는 방식인데요. 2018년 첫 발사 이후 1,000기 이상의 소형 위성을 쏘아올렸고,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 베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내년까지 이용자수 5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요. 일론 머스크가 MWC2021에서 스타링크의 목표를 “파산하지 않기”라고 했을 정도로 위성 네트워크 구축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다만 스페이스X는 발사체를 재사용하고 소형 위성을 합승하는(위성 60개씩을 실은 팔콘9를 발사하는 방식) 기술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회수한 로켓의 추진체를 재활용하면 발사 비용 전체의 60~70%를 아낄 수 있으며, 이는 스페이스X만이 가진 강점으로 보입니다. 스페이스X는 이미 어떤 사업자도 성공한 적 없는 규모의 위성군을 구축한 상태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일론 머스크의 사업 중에 가장 혁신적이며, 미래적인 기업 ‘스페이스X’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우주 사업에서 끝장을 보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야심에 거대한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앞으로 몇 번의 로켓을 더 쏘아올릴 수 있을지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2021년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003억달러(약 120조원)에 달했으며, 유니콘의 100배를 칭하는 ‘센티콘(centicorn)’ 반열에 올랐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과거에 “여기서 실패는 하나의 옵션입니다. 만약 무언가 실패하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은 겁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일론 머스크가 가고 싶어 하는 “무한한 공간, 저 너머”를 보게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