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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상의 중심에서 임팩트를 외친다, 소풍벤처스 한상엽 대표

“사회 기여하며 수익 내는 착한 투자, 임팩트 투자가 세상을 바꾼다.” 2017년 어느 경제지의 기사 제목이다. 사회적 영향력을 의미하는 ‘소셜임팩트’와 투자를 결합해 만들어진 ‘임팩트 투자'라는 단어는 당시만 해도 한국 시장에서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래서 위 기사처럼 흔히 ‘착한 투자'라는 수식어로 설명되곤 했다. 

2021년 현재, 이제는 임팩트 투자, 소셜벤처 등은 관련업 종사자가 아니라도 일반에 꽤 익숙한 단어가 됐다. 그 핵심에는 우리나라에 ‘임팩트 투자'를 처음으로 내걸고 등장한 투자사 소풍벤처스가 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 액셀러레이터이자, 임팩트 투자사. 소풍이 투자한 총 기업수는 현재 91곳, 투자 기업 가치 1조 108억 원, 후속투자 유치율 42%, 그리고 여성창업가 비율 약 40%까지. 이처럼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치는 관련 기사를 애써 찾아보거나 특별히 요청해야 볼 수 있는 은밀한 정보가 아니다. 최신 회사소개서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정보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지금까지처럼 스타트업이 아닌, 그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투자사의 대표다. 2016년에 취임, 지금까지 소풍을 이끌고 있는 한상엽 대표. 이 인터뷰의 특징 하나가 있었다면, 스케줄이 확정되기 전부터 이미 주제만큼은 명확했다는 것이다. ‘착한 투자’, 흔히 사회공헌처럼 인식된 ‘임팩트 투자'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다시 써보자는 것이었다. 좀 더 도발적으로 표현하자면, ‘소풍이 하는 투자는 더 이상 착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을까.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마치 난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고 외치는 아이를 마주한 기분이랄까. 그러면서 동시에 강렬한 호기심이 들었다. 이건 더 이상 선언이 아닌 행보였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13년 동안 최초의 임팩트 투자사라는 히스토리를 가진 곳이다. 소풍은 지금 어떤 단계에 있다고 보나?

두 가지 큰 전환점이 있다. 저희가 2017년부터 투자회수를 해서 흑자전환을 했고, 그때부터는 자기자본으로 투자를 해왔는데. 작년부터 외부에서 출자자들을 모아서 투자조합이란 걸 결성했다. 이게 일단 회사 입장에서 정말 큰 변화다. 쉽게 표현하면 이전에는 몇몇을 만족시키면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출자사가 여럿이 되면서 다양한 출자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고, 만족도 시켜야 한다.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복잡해진 건데, 한편으로는 출자금의 액수가 훨씬 커진 거다. 이전에는 우리 평균 투자금이 1억이 안 됐다. 4~5천 정도? 그런데 최근, 특히 올해 3분기 접어들어서는 평균 투자금이 2억이다. 옛날과 비교하면 투자금액이 단시간 내에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요즘 시장 상황은 어떤가? 

요새 시장 환경은 쉽게 말해서 돈이 많이 풀려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도 생태계의 좋은 창업자들이 우리 투자를 받게 만들어야 하니까 그 측면에서는 투자금을 계속 올릴 수밖에 없는 거다. 옛날에는 밸류(가치)도 고정으로 해도 됐었지만. 이제는 우리도 고정밸류가 중요하지 않아졌다. 좋은 팀이고, 좋은 팀이 부르는 밸류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면? 과감하게 투자한다. 액수가 너무 커도 지금은 한다. 이게 투자조합 형태로 회사의 전략이 바뀌어서 가능한 거다. 우리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이다. 

또 다른 전환점은?

소풍이 작년까지는 임팩트 전반으로 넓게 투자하는 투자사였다. 예전에는 소셜벤처나 사회적 기업, 임팩트 투자사의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서 그 개념을 알리려는 의도가 컸는데. 이제는 용어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임팩트 투자가 활발해졌고, 특히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가 확산되면서 이 같은 문화가 굉장히 익숙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개념에서 나아가 매우 구체적인 어젠다를 세팅하고 그걸 해결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자체가 그렇게 성숙해진 거다.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만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기도 하고.

의외다. 스타트업이 굉장히 활발해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시스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미진하다고만 생각했었다.

외국에서는 이미 한국 시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일단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체계가 이렇게 잘 갖춰진 곳이 없고. 우리나라 정도의 인구 수준에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설립한 지 10년 이하의 스타트업)이 열댓 개 이상 나온다? 이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단적으로는 미국 투자자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시장에 관심이 없었거든. 근데 최근 ‘타이거 글로벌’이라고 미국에서 가장 핫한 투자사가 있는데 그 회사가 한국에 들어왔다. 그만큼 투자시장으로서 손꼽을 만한 수준이 됐다는 거다. 

그럼 요새 투자자로서 살 맛 난다고 볼 수 있을까?

흠...그게... 솔직히 더 힘들다(웃음). 역사상 아마 벤처 투자금이 제일 많은 시점이 지금일 텐데. 좋은 점, 나쁜 점 두 개가 다 있는 것 같다. 실제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서 6개월 후가 안 보이는 상황. 오히려 생존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가 지금인 것 같다. 반면 생태계 차원에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 기존의 금융계에서는 벤처투자 섹터 자체를 ‘대체투자’라고 부른다. 주가 아니라 ‘대체재’라는 거지.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여의도에서도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고객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해달라고 찾아오니까. 그렇게 기존 여의도에서 증권 쪽 투자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열리고 있다는 건, 생태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상당히 의미 있는 현상이다. 

한상엽 대표<사진 제공: 소풍벤처스>

사회적 가치를 따지던 임팩트 투자가 이제는 돈 버는 수단으로서도 기능한다고 볼 수 있겠다. 

맞다. ESG 확산의 분위기와 맞물려서 예전에는 임팩트 투자 하면 ‘착한 투자’라는 개념이 있었는데. ESG를 고려하는 투자, 좀 다른 가치에 투자하는 투자가 이제는 지속가능한 투자, 가장 스마트한 투자가 된 거다. 그러다 보니 이게 좋으면서도 힘들지(웃음). 옛날에는 우리밖에 이 얘기를 안 했고, 그래서 스포트라이트를 쫙 받았는데 이게 일반론이 됐으니까. 이제 임팩트 얘기 안 하는 투자사 없고, ESG 고려 안 하는 투자사가 없으니까. 생태계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보면 대단히 좋은 일이고, 우리 같은 개별 임팩트 투자사 입장에서는 이전과 전략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는 그 다음 챕터인 거지. 

그렇다면 이 ‘다음 챕터’에서 중요해진 질문은 무엇인가?

이제는 임팩트 중에서도 ‘어떤 임팩트’를 냈느냐가 중요해지겠지. 우리는 구체적인 문제를 잡아야 한다. 보통 스타트업이라 함은 기존 기업들이 보지 않던 니치마켓에 들어가서 그 니치한 부분을 끌어올려 시장 확대를 하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그 니치마켓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거다. 스타트업 역사가 본격화 한 지는 이미 10년이 되어 가고, 우리가 아는 유니콘 기업들이 웬만한 분야에 다 포진돼 있다. 투자금이 이렇게 미친듯이 늘어나는데 그 속도만큼 스타트업이 늘어나지는 않는 상황이니까. 그 속도 차가 때문에 될 만한 스타트업에는 돈이 엄청 몰리고. 그렇게 딜소싱 경쟁이 엄청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VC들도 생존하기 위해 온갖 단어들을 다 갖다 붙이고 있는데, 그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우리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 가운데 소풍만의 차별점을 뭘로 가져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해진 시점이다. 소풍만의 경쟁력은 뭔가?

우선 한 가지 명확히 짚고 싶은 건, 투자금이 늘어났다는 게 실제 임팩트 투자사가 늘었다는 말일까? 또 그건 아니라는 거다. 일반 투자사들도 임팩트 투자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이지, 기존 임팩트 투자사라는 건 사실 뻔하다. 개중에서도 3분의 2 이상이 다 여기 성수동에 있어서 오가면 다 마주치고 알 정도로 풀이 작다(웃음). 우리가 일반 VC와는 또 다른 게 ‘액셀러레이터’고 초기 투자사다. 여기서 우리의 차별점 하나가 있다. 액셀러레이터로서 소풍의 파트너들은 전원 다 창업자 출신이라는 것. 나부터 그렇다. 창업 경험 없이 창업 멘토링을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무것도 갖춰진 게 없는 초기에는 정말 상상도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창업 경험에 기반해서 다음 스텝이 뭔지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체득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창업자에 공감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임팩트 투자 레퍼런스를 갖고 있다는 점. 일반 VC 투자사들이 “그래서 얼마나 투자했냐”고 금액으로 따지면 되게 웃겠지만(웃음). 액수를 차치하고, 제가 소풍 와서 투자한 데가 60개가 넘는다. 제가 퇴사하지 않는 한 이건 소풍의 경험과 네트워크로 남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국내에서 제일 먼저 설립된 임팩트 투자사라는 히스토리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우리는 관점 투자를 한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젠더 관점 투자’다. 투자 과정에서 또 다른 차별이나 불평등을 만들어내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 포트폴리오 중에 성과를 내는 기업들 보면 신기하게도 다 여성 창업가들이다.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가 사실 다 남성 중심이다. 그 남성 중심인 문화에서 생존한 여성들의 능력이라고 하는 게 어마어마한 거다. 일단 모수 자체가 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유리천장이라는 게 엄연히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의 여성 창업가들은 그걸 뚫고 넘어온 거니까. 이건 남자보다 여성이 똑똑하다, 이런 말이 아니라. 여성들이 넘어야 할 허들이 그만큼 높았다는 얘기다.

그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넘어, 실제 투자의 관점으로 끌고 가는 실천이 소풍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리 회사가 국내에서 내가 알기로는 ‘투자 매뉴얼’이라는 걸 보유한 거의 유일한 회사다. 일단 거창한 이유를 들자면, 누가 투자를 담당하든 동일한 결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 주관성을 최대한 줄이고 프로세스화해내야 그것을 조직의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고, 누가 퇴사하더라도 그 전문성이 조직에 남아 있다는 거다. 그래서 초기에 매뉴얼 만들고 프로세스 만드는 데 공을 굉장히 많이 쏟았다. 좀 더 실질적인 이유로는 나도 사실 투자를 해본 적이 없었고, 우리 회사에 있는 사람 중에 이전에 투자해본 사람이 한 명밖에 없다는 현실 때문이었다. 투자를 몰랐던 사람들이 이 일을 해야 하니 단시간 내에 따라잡아야 하지 않나. 그러다 보니 매뉴얼이 필요했다. 이건 비단 우리 회사 상황만이 아니라, 국내에 임팩트 투자를 해본 사람이 거의 없다. 기존 전통적인 의미에서 금융 투자를 했던 사람들이 임팩트 쪽으로 넘어오려면 몸값도 비싸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건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닌 거지. 결국 이런 사람들을 길러내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마스터 코스’라고 투자자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우리가 보고 배우고 정리한 것들이 좀 더 생태계 차원에서 많이 공유됐으면 해서 시작했다. 

대표 개인에게도 묻고 싶다. 원래는 스타트업 창업가, 즉 직접 골을 넣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전체 판을 읽고, 수비하고, 패스하고, 어시스트 해주는 투자로 눈길을 돌렸던 계기, 또 거기에 매력을 느끼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살면서 투자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창업으로 성공하겠다는 확신을 갖고 시작했고, 돈 벌면 나중에 스타트업 도와줘야지, 이런 정도의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한 5년째 사업을 하고 있을 때쯤, 마음을 움직인 조언을 들었다. 나 혼자 열심히 임팩트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투자를 통해서 수십, 수백개의 소셜 벤처와 함께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가는 건 어떨까. 그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소풍으로 합류하게 됐는데, 내 기준에서 1년 동안은 완전히 헤맸다. 창업가의 물을 빼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창업가는 자기가 꽂힌 분야에 들어가서 그 우물을 깊이 파는 작업이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만 보이고, 없으면 다른 문제가 안 보일 수 있다. 창업가로서는 마음의 방이 하나였다면, 투자자로서는 마음의 방을 수십, 수백 개를 만들어야 하는 거지. 그건 트레이닝이 필요하더라. 그게 재미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람들이 창업가일 텐데. 이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니까. 일 자체는 정말 재미있고 이만 한 일이 없다. 

투자라는 게 좋은 과실을 함께 누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특히 초기 투자자, 액셀러레이터로서는 그 과정에서의 엄청난 고통을 같이 짊어져야 하는 일이기도 할 거다. 어쩌면 고통을 함께 견디는 게 더 주된 일일 수도 있는데, 좀 더 잘 견딜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 우리는 조연일 뿐 주연은 창업자라는 것.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건 창업자가 있기 때문이고, 우리는 조언을 해줄 수 있을 뿐 결정을 내려주지도, 책임을 져주지도 못한다. 내가 무슨 조언을 했든 이 모든 건 대표님 머릿속에 있는 것이고. 나는 가중치를 실어주는 것뿐이다. 결정은 오롯이 대표가 하는 거고, 그게 바람직한 것이다. 창업자들 만날 때도 계속 다짐하는 게 이거다. 그렇게 하다 보면 실제로 대표에 대한 존경심이 생긴다. 나보다 정말 엄청나게 훌륭한 사람이 창업자들이다. 성공 확률이 1%도 안 되는데 그걸 하겠다고 뛰어드는 사람들이고. 그 문제가 꼭 사회문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동기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이다. 그런 존경심을 견지한다. 또 하나는 나의 이해관계와 회사의 이해관계가 절대 섞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객관성을 유지해야만 이 사업에 대해 정확한 조언을 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데, 내 돈을 넣는 순간 마음이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생기면, 내 돈 넣은 곳을 더 찾아보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회사는 이해관계를 분리하는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소풍벤처스 팀원들<사진 제공: 소풍벤처스>

최근 들어 투자한 스타트업 중 특히 주목해서 보고 있는 곳이 있다면?

기후나 환경 문제 쪽으로 ‘식스티헤르츠’라는 가상발전소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가 있다. 우리가 올해 팁스(TIPS: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운영사로 선정이 됐다. 기술창업에 한해서 예를 들어 우리가 1-2억을 투자하면 정부가 매칭으로 5-6억을 주는 프로그램인데. 그 운영사 자격을 따서 이제 기후나 환경 관련한 솔루션을 낼 수 있는 기술에 관심을 갖고 투자할 수 있게 된 거다. 그 일환으로 또 최근 대체육 관련 회사 ‘위미트’에도 투자했다. 기존 대체육은 소고기로 많이 했는데, 여기는 버섯으로 닭고기 대체육을 만드는 곳이다. 지금 대체육으로 잘 나가는 곳들은 사실 원천기술이 없고, 다 사 와서 파는 곳들인데. 원천기술을 보유한 이런 곳들이 지금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후와 연결된 팀들이다. 그리고 최근 우리 포트폴리오 중 최단 기간 밸류를 높게 받은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테스트밸리’라는 체험경제 솔루션이다. 물건 사기 전에 써보게 만든 컨셉인데, 1년 반 정도 된 지금 오프더레코드이지만 밸류가 굉장히 올라갔다. 이곳 대표님이 나중에는 순환경제까지 나아가고자 하는 비전이 있다. 사람들이 제품을 쓰고 나면 누가 회수하고 폐기해줘야 하는데, 거기까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꿈이 있다. 두 번째는 작년 가을 첫 투자한 곳인데. ‘리하베스트’라고 음식의 부산물들을 재활용해서 다시 음식으로 만드는 회사다. 이미 유수의 대기업에서 투자하기로 했고, 식품회사 입장에서 환경 영향을 정말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한데 이걸 하는 곳이다. ESG와도 완전히 맞물리지.  

최근 투자한 곳을 보면 확실히 소풍의 변화가 읽히는 것 같다. 

그렇다. 2-3년 전만 해도 소풍의 포폴사가 어디냐고 했을 때, 가장 대표적으로 떠올랐던 곳이 ‘동구밭’(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지속가능한 일상 제품 브랜드) 같은 곳이었을 거다. 그게 어떻게 보면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가 ‘착한 투자'라는 인식과도 맞닿아 있던 사례일 텐데, 이제는 기술 위주로 바뀐 거다. 팁스 운영사에 들어갔다는 것도 유의미한 것이 작년까지만 해도 퓨처플레이라든가 기술 기반으로 투자하는 회사들이 있던 곳에 소풍이 들어갔다는 거니까. 소풍도 임팩트 분야에서 기술을 보면서 투자하는 투자사라는 걸 정부에서 공신력 있게 인정받는 셈이다. 우리는 기후위기 해결이 지금의 가장 큰 임팩트라고 본 거고,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기술에 답이 있다는 거다. 그 취지에서 이번에 ‘한국수산기술연구원'이라는 스마트아쿠아팜 회사에도 투자했다. 여기는 물을 한 번 넣으면 그 물을 계속 쓸 수 있도록 하고. 바다에 미세플라스틱의 절반 이상이 어망, 어구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나? 이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양식 형태다. 장담하건대 물고기는 앞으로 자연산보다 양식이 훨씬 더 깨끗하고 안전할 거다. 

소풍의 궁극적인 성공은 어떤 모습일까?

숫자를 다 떠나서 ‘전 세계에서 그 문제를 제일 잘 해결하는 회사가 어디 출신이냐?’라고 물었을 때 소풍 출신이라고 말하는 회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측면에서 한 가지 사례로 제가 정말 자랑스러워하는 회사가 있다. ‘이지앤모어'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월경컵 합법화를 이루어낸 주인공이다. 수익 관점을 차치하더라도, 임팩트적 차원에서 이 회사는 국가의 제도와 정책을 바꾼 거다. 우리나라 수많은 여성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 회사 덕분에 우리나라 월경컵 시장이 이만큼 생겼다. 저는 소풍의 성공이라고 했을 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한상엽에게 ‘임팩트’란?

저에게 임팩트란 우리 사회의 백신 같은 거다. 질병이 만연해지면 이미 너무 늦은 거고. 그 전에 우리가 마주해야 할 앞으로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면역력을 갖게 만드는 것. 실제 그 문제가 닥쳐올 때 우리한테 이런 이런 백신이 있잖아, 백신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면 돼, 그렇게 제시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게 내게는 임팩트다. 그게 우리가 해나갈 일이고. 

비주류, 가치를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일. 그래서 ‘착한 투자’라는 말로 설명해야 했던 임팩트 투자. 한상엽 대표는 ‘착하다'는 말을 거부했다. 질문에 대한 답변도 구체적 숫자와 현실, 생활의 언어로 거침 없이 설명했다. 

가치를 다투는 과정이 돈 버는 결과와는 별개라고 치부되던 때가 있었다. 주류 투자사들 사이에서는 가치와 돈을 분리해야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거라고, 부러 낮잡아 보는 분위기도 엄연히 존재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누군가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나의 배를 불려가는 사업이 승승장구하는 데에 온전히 박수를 보낼 사람은 이제 없다. 환경과 사회적 영향력, 지배구조의 가치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토양은 점점 작아진다. 기존의 질서 위에 새로운 임팩트를 가진 실로 다양한 기업들이 등장한다. 자신들만의 토양을 스스로 만들면서. 

그렇게 사회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되고 있고, 그 돈이 다시 새로운 임팩트를 만든다. 더 이상 착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전보다 못되졌기 때문이 아니라, 착한 게 당연해져버렸기 때문이라면. 그 분야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 가운데 소풍벤처스가 있다. 더 이상 착하지 않다고 선언하는 기업이 이렇게 반가운 건 처음이다.

필자 성영주

매거진 기자로 업의 처음과 끝을 지내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다. (매번 지친다.) 자기 밥벌이가 급급해서 남의 밥벌이도 중요하다는 걸 주억주억 깨닫는다. 늦다. 늦는 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알아가는 것도 늦다. 노동하는 자는 신성하다. 노동이라는 단어가 다른 핫한/트렌디한/최신유행의 단어들에 의해 마구 놀아지고 그래서 오롯이 살아 있으면 좋겠다. 노동은 신성하고, 당신도 노동자다. 나와 같이. <오늘만 사는 여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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