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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이 다른 '존버'의 아이콘, 링크샵스 서경미·오영지 대표

<사진제공 : (주)하프스, 링크샵스>

여러분에게 스타트업이라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전혀 새로운 혁신, 누구도 생각 못한 아이디어, 거창한 비전, 그래서 가장 트렌디한 무엇 등등이 떠오를 거다. 무엇보다 ‘낡음’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혹은 서 있어야만 하는 존재. 링크샵스를 취재하면서 그러나 자주 고개를 갸우뚱했다. 얼핏 생각한 스타트업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듯한. 혁신인 듯 혁신 아닌,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이 서비스는 뭘까.

곧 해가 바뀌면 10주년을 맞이하는 링크샵스는 동대문 의류 B2B 플랫폼이다. 대한민국 의류 도매업의 메카, 동대문 시장을 기반으로 쇼핑몰, 오프라인샵 등 소매업자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 이미 모두의 일상이 된 지 오래인 온라인 쇼핑이라는 점에서 새로울 게 없다 싶은데, 우리 같은 개인 소비자들은 접근할 이유조차 없는 ‘업자'들의 공간이라는 면에서 또 낯설었다. 삐딱한 질문도 생겨났다. ‘좀 낡은 거 아냐?’ ‘우리가 알 필요가 있나?’

근데 알면 알수록 흥미로웠던 지점. 첫째, 동대문 시장의 IT화를 위한 온갖 ‘최초’의 시도들이 다 링크샵스에서 출발했다는 사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일 같지만, ‘현금 장사’로만 이루어지던 동대문 도매시장에 카드결제를 최초로 도입한 곳이 바로 링크샵스다. 둘째, 1년여 전 링크샵스를 다룬 마지막 기사 속 “거래액 월 220억원 돌파, 1만여 개 도매상 입점”이라는 경이로운 숫자. 셋째는 이들의 일하는 방식이다. 동대문이라는 전통 오프라인 문법이 견고한 시장을 면대면으로 찾아다니며 온라인 서비스에 대해 일일이 설명&설득함과 동시에, 이 전통 문법에 익숙지 않은 개개의 소매업자들이 실제 시장에 나와 기싸움을 벌이며 가격을 흥정하는 절차를 클릭 한 번으로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개발&발전시켜야 하는 일. 마지막은 결과다. 지금까지 10년 “동대문의 도매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었다”는 평을 들으며, 이 분야 독보적인 플랫폼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급이 다른 ‘존버’의 아이콘. 독창적인 비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요즘’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채 10년을 버텨온 링크샵스의 서경미, 오영지 대표를 만났다. 

링크샵스 햇수로 10년째다. 현재를 봤을 때 과연 몇 챕터쯤 와 있다고 생각하나?

(서경미/ 이하 서)멋있게 챕터 몇몇으로 딱딱 구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굳이 나눈다면 두 시기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링크샵스를 시작하면서부터 꿈을 꽤 크게 꿨다. 어렵고 큰일이지만, 무조건 물건 잘 만드는 사람과 물건 잘 팔 사람, 이 둘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상에서 만나게 해주자. 그렇다면 물건을 사고팔 사람은 전 세계에 다 있을 텐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을 때 처음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뒀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웃음). 첫 챕터는 링크샵스라는 플랫폼이 완성되고 이게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국내에서 테스트하는 과정. 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일어나고, 거래를 통해서 부족한 것들을 보완하면서 국내 서비스를 탄탄하게 해온 게 지금까지 시간들이었던 것 같고. 그 다음 챕터가 약 2년 전부터 시작된 것 같다. 저희가 그간 대외 인터뷰도 안 하고 어떻게 보면 숨죽이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원래 꿈꿨던 목표인 글로벌로 가기 위한 기반 작업들을 해왔다. 견고하고, 조심스럽게. 이제 그걸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은데,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오영지/ 이하 오)2019년부터 저희의 애초 방향성이었던 글로벌로 나가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던 와중 2020년 초에 코로나19가 터졌다. ‘이걸 어떻게 바라봐야 하지?’ 사업적으로 고민이 치열했다. 이게 분명히 재앙이지만, 저희 서비스적인 측면에서는 워낙 공고한 오프라인 마켓에서 온라인으로의 인식 전환을 만들기도 했다는 점이다. 저희 거래가 19년에서 20년으로 넘어오면서 2배 정도 성장을 했다. 금년에는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을 한 상태에서 유지를 해가고 있는 중이다. 숫자로 말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월에 약 10만 건 이상의 거래 주문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과 약 1.4만여 개 동대문 도매 상인들이 입점해 있다는 것. 동대문 도매가 2만여 개니까 약 70%가 링크샵스에 판매자로 입점해 물건을 팔고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서)이제 저희에게는 몇 개 업체가 얼마나 파냐, 이런 건 크게 중요한 의미는 아닌 것 같다.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동대문에서 물건을 잘 만드시는 분들은 지금 저희와 다 함께하고 있고. 이걸 옷 외에 좀 더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진행 중이다. 

링크샵스 플랫폼 소개 <사진제공: 링크샵스>

링크샵스만의 글로벌 서비스를 소개해준다면?

(서)지금 저희가 5개의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간체/번체와 일본어까지. 각 나라에 맞춘 통화 역시 제공하고, 결제도 각 나라에 맞춘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은행 신용카드 결제가 편하지만, 해외에서는 비자나 마스터가 편하고, 특히 중국에서는 알리페이, 템페이를 훨씬 더 편하게 여긴다. 얼핏 들으면 커머스 플랫폼을 하면서 결제 붙이는 게 뭐가 어렵냐, 너무 당연한 기능 아니냐고 하겠지만. 저희가 동대문에 최초로 카드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플랫폼이라는 것, 이런 내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바이어들이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테일하게 접근한 시도다. 세계 어디에서든 내 나라 언어, 내 나라 결제수단으로 사는 게 제일 편하잖나. 그걸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직접 비행기 타고 가지 않아도 내가 했던 거래처에서 실제 가격으로 구입해줄 수 있는 곳이 있나? 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거다. 거래 중간에 사고가 터졌을 때 그게 고의든 아니든, 물건의 하자이든 배송 문제이든, 중간에서 확실하게 해결해줄 수 있는 게 링크샵스라는 걸, 지금 세계 바이어들에게 알리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어들, 특히 해외 바이어들의 신뢰를 얻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일 것 같다.

(서)노력을 정말 많이 하긴 했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이니까. B2C도 그렇지만 B2B는 정말 더 반복적인 경험이 필요하다. 나의 비즈니스와 너의 비즈니스가 만나는 거기 때문에 무한 신뢰가 필요한 상황. 사실 저희가 만족하지 못한 서비스, 부족한 점도 아직 많다. 결제가 뻑나기도 하고, 번역이 부족한 부분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직원들이 그걸 일일이 다 대응해주고 있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케어해주는 것, 이게 비즈니스에서 신뢰의 핵심이니까. 근데 또 이게 우리만 한다고 고객이 저절로 들어오는 게 아니거든. 국내에서 계속적으로 최초의 시도들을 해오면서 단계마다 쌓아온 노하우들로 가능한 측면이 많다. 모든 것들의 기반이 결국 엄청난 발버둥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늘 그렇듯 빡센 ‘노가다’로부터 시작하고 있다(웃음).

빡센 노가다라 함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오)우리가 진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나 ‘커플링패스’는 다 전에 없던 모델이다. 풀필먼트는 상품 사입부터 검수·검품, 재고·물류 관리, 포장·배송 업무까지 한 번에 처리해주는 서비스인데. 실제 옷이 내보내지는 과정에서 전에는 잘못된 옷이 가는 케이스들이 굉장히 많았다. 저희가 검수·검품을 일일이 하고 나서는 그 비율이 뚝 떨어졌다. 얼마 전 론칭한 커플링패스 경우, 링크샵스의 특성상 두 유저를 다 만족시켜야 한다. 동대문 도매 상인들과 링크샵스를 통해 판매자로부터 물건 사는 소매 상인들. 먼저 소매 상인들이 가장 어려운 게 뭘까, 왜 링크샵스에서 더 많이 주문하지 않을까를 생각해 봤을 때. 가게에서는 재고를 남기고 싶지 않은데, 그럴려면 주문 주기를 줄여서 자주 주문해야 한다. 그런데 자주 주문할수록 매번 배송비가 붙으니 큰 부담일 거다. 우리가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고민해서 나온 게 커플링패스다. 1개월에 일정 금액을 내면, 1번을 주문하든 10번을 주문하든, 오더 들어왔을 때 편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분들은 매번 배송비 계산하고 주문을 할지 말지 고민 안 하게 되니 본인들 콘텐츠에 집중할 시간이 생긴 거고, 재고 부담을 줄이면서 유동성도 확보하신 거다. 링크샵스는 그 돈을 받았으니 다시 도매 상인들 설득을 하고, 양쪽 다 만족도를 높여드리기 위해 또 노가다를…(웃음) 

원래 변화 중에서도 인식의 변화라는 게 가장 어려운 법인데, 자신들만의 전통 문법이 견고한 동대문 상인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서)정말 지속적인 설득밖에 답이 없었다. “이게 맞습니다, 이리로 가셔야 합니다”라는 확신이 저희한텐 있었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정말 꾸준히, 부단히 사장님들과 호흡하면서 설득해왔다. 다른 비즈니스에서 보면 어떤 하나의 기점으로 확 성장했다, 이런 식의 스토리가 있잖나. “왜 너희한테는 그런 멋진 변곡점이 없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건 저희가 진짜 꾸준하게 하나씩 하나씩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한 건 한 가지, 끈기다. 계산서 끊어주셔야 한다부터, 물건 찍어 올려라, 사진 찍을 줄 모른다? 그럼 저희가 가서 대신 사진 찍어드리고, 콘텐츠 만들어드리고…

말만 들어도 몸서리쳐지는(?) 과정이다.

(서)스타트업 존버 정신의 끝판왕이 저희다(웃음). 

스타트업의 유형을 두 가지로 나눠 본다면,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나 비전을 제시하면서 소위 ‘폼나게' 존재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꾸준히 버티는 소위 ‘헝그리 정신'의 스타트업이 있을 거다. 링크샵스는 명백히 후자다. 요즘 봤을 때 후자는 오히려 흔치 않은 것 같다. 

(서)우리가 가는 길이 맞다, 이렇게 바뀔 거다, 그 한 가지를 믿고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것밖에 모르고 바쁘게 달리다 보니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힘들고 지칠 때 제가 하나 엇나가면 오 대표가 잡아주고. 오 대표가 그러면 제가 잡고. 서로 ‘너 나가면 죽는다’ 약간 물귀신 작전이랄까(웃음).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나. 먼저 사업을 시작한 서경미 대표가 웅진에서 일하던 오영지 대표를 끌어들인(?) 거라고 들었는데?

(서)제가 미국 유학 시절 때부터 장사를 시작해서 글로벌 가능성을 보고 한국까지 왔는데. 굳이 ‘장사’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장사는 저 혼자도 할 수 있는 거니까. 직원이 몇 명이든, 아이템이 뭐가 됐든 장사는 혼자 할 수 있는데.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딱 느낀 게, 나 혼자서는 못 한다는 걸 많은 부분에서 느꼈다. 첫째 사이트도 못 만들겠고. 법인회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나는 회사를 몰랐다. 회사를 잘 아는 사람부터 찾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지인 통해서 오 대표를 소개받았고, 거의 시작할 때부터 모시고 왔다. (오 대표를 바라보며) 그러니까 좋은 회사에 있었어야지(웃음). 굉장히 빠르게 합류를 해서 처음부터 이 전쟁판에서 계속 같이 해온 거다. 스타트업 룰(?) 다들 아시지 않나? 생각 많이 하면 안 된다. 생각이 많으면 스타트업 못 들어온다(웃음). 그래서 제가 누구 꼬시는 방법이,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을 때 그냥 발 못 빼게 딱 낚아채는 거다.

링크샵스 플랫폼 소개 <사진제공: 링크샵스>

오 대표는 어떻게 낚아채지게(?) 된 건가?

(오)농담 삼아 말했지만, 설마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왔겠나(웃음). 링크샵스 비즈니스 모델이 이전 회사에서 저희가 신사업으로 해봤던 거였는데. 결과적으로 잘 되지 않아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크던 찰나였다. ‘사람을 탄다’라는 표현을 쓴다면, 저 같은 타입은 비전을 잘 주는 사람을 탄다. 그런 사람과 일을 했을 때 케미가 좋게 나는 사람이라는 걸 이전 회사에서 배웠는데. (서 대표를 가리키며) 보시면 아시다시피…(웃음) 일단 저는 이 비즈니스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잘될 것 같은데. 이걸 앞에서 하드캐리 하면서 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서 대표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인을 하자 마자 좀 있다가 망하고, 또 망하고…

(서)회사 문 안 닫았으면 망한 거 아니다. 그저 힘든 시기가 있었다 정도?(웃음)
(오)정정하겠다. ‘힘든’ 시기가 계속 끊임없이 펼쳐지더라. 산 하나 넘었는데 또 다른 큰 산이 있고, 또 있고.
(서)그럴 때마다 도망가고 놓아버리고 싶을 때, 조금만 더 해보자고 서로 버텨준 덕분에 이만큼 온 것 같다.

패션산업이라는 게 또 쉽지 않은 곳이다. 트렌드는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하고, 그걸 읽고 따라가면서 이끌어야 하고. 또 여러 산업들이 다 연관돼 있어서 이해관계들이 너무 많이 얽혀 있다. 대표적인 레드오션이 아닌가?

(서)맞다. 패션 어렵다. 그렇다고 우리가 딱 패션회사냐고 물으면? 그럼 또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저도 어떤 자리에 가서 ‘패션회사 대표님 스타일이 좀…?’ 하는 시선을 느끼거나 할 때는 또 민망하지만(웃음). 패션회사라고 정의할 수 있는 건 어쨌든 그만의 브랜드 색깔을 갖고 있고. 패션 아이템을 통해서 뭔가 브랜드화를 시킬 수 있는 곳일 텐데. 저희는 그런 패션회사들을 연결해주는 중간 역할의 회사인 거다. 물론 패션 트렌드,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는 건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이지. 물건을 사고파는 걸 매칭해줄 때는 시대의 흐름을 잘 알아야 도와줄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IT 회사냐? 그렇다고 하면 또 니네가 무슨 IT냐, 단순한 커머스 아니냐, 하시는데. 우리가 막 기깔나게 멋있는 걸 하고 있지 않지만, IT 회사인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모든 시스템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기는 작업이고, 근데 그게 막 현란한 기술은 아닌 거지.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게 우리 역할이니까. 아직 뭐 하나 완벽하게 잘하는 건 없는 것 같지만, 양쪽에 양다리 걸치고 열심히 만들어가고 있다. 

중간 양다리, 그 경계 자체가 링크샵스의 정체성인 것 같다. 기존 시장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알아야 하고, 그러면서 미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줄도 알아야 하는 일인데, 링크샵스 직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오)백그라운드가 굉장히 다양하다. 커머스에서 오신 분들도 당연히 있지만. 시장에서 매장을 하던 친구도 있고, 사입을 하던 친구도 있고, 물류 창고에서 일하던 친구도 있다. 링크샵스 안에는 저희가 갖고 있지 않은 전문지식들이 필요한 분야가 너무 많다. 이렇게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친구들의 톤을 맞춰가는 게 저희로서는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서 출신보다도 한 사람 한 사람 뽑을 때, ‘결을 본다'는 것에 집중을 했다. 물론 서너 번 하는 인터뷰에서 다 알 순 없지만. 개인이 여태껏 낸 퍼포먼스보다 더 중요하게 본 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가’였다. 그런 기본적인 애티튜드를 통해서 신뢰관계를 잘 형성할 수 있는지, 열린 마음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봤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어떻게 결이 맞춰지더라. 직원들과도 계속해서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려고 한다. 우리가 이번에 이런 데서 투자를 받았는데 이렇게 됐다, 이걸 달성하면 우리는 여기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등등. 그렇게 하면서 팀원들도 비슷한 온도로 그림을 그려주는 것 같다. 그리고 저희가 항상 생각하는 건, 회사가 돈을 벌면 반드시 베네핏을 팀원들에게 나눈다는 것. 스톡옵션을 최대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나눈다.

링크샵스의 복지제도가 있다면?

(오)담당자가 다른 회사에서도 기본으로 다 주는 거니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웃음). 3년, 5년 근속 때마다 금 드리는 게 있고. 출산이나 결혼 때 100만원씩 지원한다. 채용 후에 정착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인당 300만원씩 드리는 게 있고. 점심, 저녁 식대 당연히 지원해 드린다. 식사 시간도 좀 길다. 일주일에 식사 시간 총 70분씩을 더 드린다. 금요일 같은 경우, ‘랜덤 런치’라고 해서 서로 다른 팀들끼리 랜덤하게 조를 짜서 90분 동안 식사하고 오시라고 하는 게 있고. 건강검진은 가족들까지 해드린다. 

10년을 이어온 스타트업으로서 특히 이런 부분이 링크샵스만의 강점이다, 치트키다, 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를 꼽아보자면?

(서)고객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게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다. 이 비즈니스를 사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고 덤비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대 기업부터 시작해서 많은 패션회사들이 규모가 좀 커지면 이 비즈니스를 다 시도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지속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고객에 대한 이해 부분에서 차이가 생긴다. 현장에서 들어보면 막상 어렵지 않은 소리인데, 현장을 모르니 아예 못 듣는 이야기가 되게 많다. 그러니까 실제 그분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목소리를 맞춰줄 수 있는, 그걸 반영한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게 쉽지가 않은 거지. 저희는 지금 동대문과 호흡하면서 이해를 넓혀 왔고, 해외 고객들이 어떤 걸 어려워하는지 디테일한 니즈를 파악하고 있다. 저희 강점은 이런 이해에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크든 작든 사회의 혁신에 기여한다고 보는데, 링크샵스의 혁신은 무엇일까?

(서)오프라인 전통시장을 온라인으로 변화시킨 그 자체가 가장 큰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당연하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걸 실제로 해낸 게 링크샵스다. 정부 관계자나 서울시에서도 동대문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었다. 이 시장이 점점 어려워지는 걸 모두가 발만 동동거리면서 보고 있는데, 우리는 뛰어 들어서 새롭게 만들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는 거니까. 그 자체로 혁신 아닐까.

링크샵스 플랫폼 소개 <사진제공: 링크샵스>

10년을 매달린 일이다. 여전히 재미있나?

(오)저는 재미있을 때가 딱 있다. 얼마 전 커플링패스라는 게 론칭이 됐을 때, 저보다 저희 팀원들이 막 안달복달을 하는 거다. “저희가 손님 좀 모시고 올게요” 하면서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걸 봤을 때. 그게 숫자상으로 1천 개, 2천 개, 3천 개가 되는 것도 당연히 좋겠지만, 이걸 왜 만들어야 할지, 그 ‘왜'라는 것에 대해 저희와 비슷한 온도로 공감을 해주는 구성원들을 볼 때마다 감동한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검색창에서 링크샵스를 검색하면 그 경험들이 막 공유돼 있다. 개중에 한두 개씩 아주 긍정적인 경험들을 공유한 분들을 볼 때마다 ‘맞아, 우리가 원하는 게 이거야’ 느끼면서 보람도 생기고. 내부에서 피가 끓듯 고민해서 나온 결과물에 대해 알아봐주고, 실제 그 변화가 느껴질 때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 

링크샵스가 달려온 10년 동안 스타트업이라는 세계도 굉장히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요즘 스타트업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서)모든 스타트업들이 어떤 부분에서건 다 변화를 제시하고, 하루가 다르게 그런 소식들이 들려오지만. 그 안에서 진짜 하나의 물결을 바꾼 곳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년까지 제가 느낀 건 사실 너무 많은 대외 활동들을 한 것 같다는 거였다. 그게 회사 차원보다는 저 개인한테 독이 됐던 것 같다. 내부로 집중하지 못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만 너무 관심을 가진 건 아닐까, 우리가 해야 될 일의 본질과는 좀 괴리감이 있었다는 느낌. 요즘은 세상의 변화에 곤두서서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서 우리가 뭘 잘하고 있는지에 더 집중한다. 내실을 더 튼튼하게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저희에게 회사는 본질적으로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전제가 명확하게 서 있다. 그래야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다. 이윤이냐, 비전이냐를 놓고 다투는 데가 많은데. 다툴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윤을 내야 비전도 있다. 우리가 요즘 자주 얘기하는 게, ‘운칠기삼’이 아니라 ‘운구기일’이라고(웃음). 그게 1만 노력해도 운 좋으면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노력하는 1이라도 오롯이 반영하려면 7만큼 해서도 안 되고, 9, 10, 나아가 20, 30을 더 하고 있어야 물 들어올 때 캐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저희가 작년에 해외 언어를 제공했던 것도 뭘 노린 게 아니라, 링크샵스는 글로벌 꿈을 갖고 있으니까 당연히 준비를 해야지, 했던 게 이런 상황과 맞물린 거다. 스타트업 보면 운이 들어오기 전에 손을 놓아버리는 케이스들이 많아서 안타깝다. 물론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너무 잘 알겠고. 다만 저희는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판은 링크샵스가 못 바꾸면 아무도 못 바꾼다는 자신감이 여전히 있다. 가장 먼저 나서서 파도를 맞고, 또 도전하고, 또 맞고. 이게 천성인 것 같다. 저희는 승부사 기질로 계속 가겠다. 

향후 링크샵스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했으면 하나?

(서)링크샵스라는 서비스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패션은 우리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거고, 이걸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로서, 계속 가장 잘하는 ‘퍼스트 무버’로서 링크샵스는 견고하게 존재할 것이다. 

(오)저희 캐치 프레이즈가 있다. 전 세계의 도매상과 소매상이 가장 빠르게 서로를 발견하고, 매칭하고, 제약 없는 거래를 하는 온라인 B2B 거래 플랫폼이라는 것. 거기에 기술도 있고, 유통도 있고, 패션도, 그리고 노가다도 있다(웃음). 캘리포니아에 사는 A라는 바이어와, 중국 하얼빈 지역에 사는 B씨가 팔고 싶은 품목이 서로 다르다. 이들이 링크샵스에 들어왔을 때 우리는 기술력으로 이들이 팔고 싶은 상품을 잘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매상들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서 계속 올리게끔 해줘야 하고, 쉽게 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해외 무역이 어렵다는 것, 글로벌 거래의 가장 큰 제약이 바로 중간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인데. 이들 양쪽의 페인 포인트가 뭔지 링크샵스는 명확하고 알고 있다. 일단 패션으로 시작했고, 향후 카테고리가 어떻게 더 발전될지는 모르겠으나. 패션 분야에서는 가장 제약 없는 거래를 하는 B2B 플랫폼이 될 것이다. 

링크샵스는 전통적 도매시장은 물론이요, 소매업자들 사이에서도 “믿을 수 없다”고 꺼리던 방식으로 차근차근 양쪽 모두를 변화시키는 중이다. 전통의 세계에 발을 붙인 채, 위로는 완전히 새로운 공기를 만들어가는 일. 물꼬를 하나 터 놓으면 확 열리는 신세계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 사이에 계속해서 다리를 놓는 일. 효율성이라는 무기를 계속해서 갈고 닦아 끝없는 비효율을 견뎌야 하는, 어쩌면 가장 비효율적인 일에 10년을 던진 곳이 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도전도 쉽지만, 가장 먼저 뛰어들어 오롯이 남아 버티는 한 곳이 있다. 그것도 10년째 부지런히 발버둥 치며 굳건히.

혁신을 말하는데, 존버를 꺼내드는 건 왠지 낡아보였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버틸 거라면 그게 차라리 가장 혁신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 명분, 저런 비전, 거창한 말잔치 말고 “우리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단순한 확신을 실로 오랜만에 들었다. 존버란, 결국 존재하며 버티는 것. 모든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이 간명함이 아닐는지.

필자 성영주
매거진 기자로 업의 처음과 끝을 지내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다. (매번 지친다.) 자기 밥벌이가 급급해서 남의 밥벌이도 중요하다는 걸 주억주억 깨닫는다. 늦다. 늦는 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알아가는 것도 늦다. 노동하는 자는 신성하다. 노동이라는 단어가 다른 핫한/트렌디한/최신유행의 단어들에 의해 마구 놀아지고 그래서 오롯이 살아 있으면 좋겠다. 노동은 신성하고, 당신도 노동자다. 나와 같이. <오늘만 사는 여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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