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창업자 분들을 만나다 보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어려움이 몇 가지 있습니다. 투자유치는 물론, 채용부터 전략까지.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항상 각각 다른 방식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하나만 꼽자면 단연 개발 문제인데요. 최근 많은 대표님들이 개발자 구인이 어려워 고민을 많이 하고 계십니다. 21세기 창업에서는 소프트웨어가 필수이기 때문에 대표님들 역시 이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기고 계시지만 쉽지 않아 좌절하는 경우가 많은 건데요. 하지만 21세기에 발생된 문제에는 분명 21세기형 솔루션이 존재하는 법. 개발자 없이도 PoC나 MVP 개발은 물론, 시제품 출시까지도 가능한 세상이 열리고 있습니다.

시작에 앞서, 저는 아주 기본적인 지식 외에 개발에 대해 무지한 상황이었고, MVP 개발 이후의 개발에 대해서 큰 발전 역시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그럼에도 ‘링크드인’을 모방한 일종의 테스트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는데요. 일명 ‘노코드 솔루션’ 덕분입니다. 노코드 솔루션은 코드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는 솔루션들을 일컫는 용어인데요.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 설명드릴 테니, 개발자 없이 창업을 준비하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개발을 아예 몰라도 되나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예 모르시면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노코드 솔루션들 중 프론트엔드 (프로그램 중 우리가 직접 보고 인터랙션을 하는 영역)는 코딩 없이 만들 수 있도록 잘 되어 있습니다. 다만 컴퓨터 조금 다뤄보신 분이라면, 우리에게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더 많은 산수처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코드 솔루션을 활용할 때 데이터베이스 논리에 대해 조금 알고 계시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물론, 노코드 솔루션이 백엔드에 대해서도 간소화해 직접 쿼리를 짜서 활용해야 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논리구조는 사실상 직접 짜야 합니다. 쉽게 말해 유저가 프로필 업데이트를 요청할 때, 어떤 영역에 입력된 무엇이 어떤 영역을 데이터베이스상에서 업데이트해야 하는지는 물론, 어떤 순서로 페이지트리를 타고 들어갔을 때 어떤 논리에 의해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등은 나름 공부하셔야 할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건 채팅을 구축할 때, 채팅 기록과 채팅에서 보내지는 메시지와 이를 읽은 기록을 모두 분리해서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다행히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예시에 매우 자세하게 구축되어 있어서 이를 참고할 수 있었는데요.

디자인을 아예 몰라도 되나요?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디자인을 아예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공해주는 기본 틀을 활용해도 무방하지만, 기본으로 제공되는 디자인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다른 서비스들을 충분히 벤치마킹해서 디자인한다면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커스텀하는 데 생각보다 제약이 많다는 것입니다. 디자인 요소들의 배열 등은 사실상 자율이라 하더라도 해당 요소들의 상세 디자인에는 손을 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같은 솔루션으로 다른 앱을 만든다 한들 비슷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한국어 지원이 아직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그밖에 주의 사항은

검색과 같이 고도화된 기능은 제공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원하는 피처세트를 100% 구축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개발이 붙어야 하는 영역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기획 경력이 없으신 분 역시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비슷하게 디자인된 페이지라도 상세 내용에 따라 아예 별개로 구축되어야 하는 것들도 있어, 유저 플로우를 조금 많이 타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큰 틀에서만 구축된 아이디어들은 조금 더 구체화한 다음 시도해볼 것을 추천드립니다. 두루뭉술한 그림으로 시도할 경우 구축하면서 더 헷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용적인 면 역시 무시할 수 없는데요. 가장 직접적인 비용은 솔루션 활용 비용입니다. 솔루션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구축하고, 이를 시장에 소개하는 과정에서 솔루션 활용은 물론, 호스팅 비용도 부과됩니다. 이는 AWS 등 클라우드 서버에 직접 구축하는 것과는 다르게 부가비용이 많이 붙는 비용이라 차이가 좀 크게 날 수도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데이터 제한을 두어 서비스 스케일을 구축하는 게 불가능할 수 도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후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는 가정하에 투자를 받고 개발자 채용까지 원활히 진행된다면, 결국 서비스를 마이그레이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이때 발생하는 기타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노코드 솔루션에서 활용하던 코딩 스택들이 개발팀에서 활용하는 코딩 스택과 호환이 떨어질 경우, 아예 새롭게 구축해 데이터베이스 마이그레이션을 위한 개발이 추가로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그동안 창업 환경은 크게 3번 변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첫번째, 인터넷의 등장. 인터넷을 통해 거리의 제약 없이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되었죠. 두번째, 클라우드. 더 이상 큰 비용을 지출해 서버를 구축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아마 노코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주된 세상에서 개발자의 도움이 없이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이죠.

창업 환경은 이렇게 나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많은 이들 앞에 널려 있는 걸림돌이 하나둘씩 제거되고 있습니다. 행정업무처럼 자잘한 것은 물론, 개발자 이슈처럼 거대한 문제들 역시 해결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많은 분들 중 개발자가 없어 망설이시는 분들이 분명 계실 텐데요. 어쩌면 이 상황을 두려워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마 좌절하신 분도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 개발자 없이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생겼다는 점을 기억하시고 다시 용감하게 도전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필자 김수현
현재 넥스트유니콘의 전략총괄(Head of Strategy)로서, 성장 전략 및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심사역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바이오테크와 암호화폐/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엔젤투자자로도 활동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