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가 아니라 야놀자가 인수한 거 맞습니다.

10월의 가장 큰 뉴스는 단연 야놀자의 인터파크 인수 소식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해당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아마 반대로 읽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아직 우리 머릿속에서는 인터파크를 대기업, 야놀자를 스타트업으로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야놀자와 인터파크의 기업가치는 이미 차원이 다른 수준이 되었습니다.
야놀자는 지난 5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약 2조원가량을 투자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1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반면, 이번 인터파크 인수가는 약 3천억원이었습니다. 해당 거래가가 인터파크 사업부문의 70%에 대한 인수금액인 것을 감안하면, 인터파크의 기업가치는 약 4,300억원 수준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물론 인터파크가 결코 작은 기업은 아닙니다. 국내에서 해외여행을 알아볼 때 아직까지 인터파크를 이길 자가 없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인터파크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죠. 약 4,300억원이라는 기업가치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기준으로 200~220위권 수준이죠. 하지만 투자유치한 2조원 대비 25%도 안 되는 수준일뿐더러, 기업가치 10조원을 인정받은 야놀자에 비해 5%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인터파크는 대기업, 야놀자는 스타트업이라고 느끼고 있었을까요? 단순 마케팅의 차이 때문일까요? 아니면 야놀자에는 있고, 인터파크에는 없는 일종의 스타트업 DNA 때문일까요?
야놀자는 덩치가 커지는 와중에도 파격적인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았지만, 결론적으로는 기업의 성장에 기여한 선택들로 밝혀지고 있죠. 반면, 인터파크는 시스템이 구축된 후에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개선해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증시는 물론, 전 세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업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한다는 것. 최근 페이스북이 사명을 변경한 것은 물론, 구글이 픽셀 스마트폰에 자체 프로세서를 도입하는가 하면, 애플은 더 나아가 모든 제품에 자체 프로세서를 도입해버렸죠.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출시했고, 아마존은 아예 자체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업의 미래를 확보한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반면, 인터파크와 같은 서비스들의 주된 고민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것의 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의 인터파크와 현재의 인터파크 서비스를 보면 외관 외에는 개선점을 찾기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새로운 시도보다는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을 보호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느낌 역시 지울 수 없습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어버리는데 말이죠. 인터파크 역시 이런 현상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야놀자의 인터파크 인수가 시장에 불러올 효과는 어떤 모습일까요? 우선 야놀자의 인수 범위가 사업적인 영역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유니콘 기업들의 기존 플레이어 인수 건들이 슬슬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토스도 LG U+로부터 PG사업을 인수해 토스페이먼츠를 설립했죠. 이런 선례가 차츰 쌓여가는 만큼, 후발주자 스타트업들이 이를 잘 감안해 사업들을 인수하기 시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전 없이 가능의 범위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기업 경영 역시 마찬가지죠. 시도를 해보고 그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통해 전반적인 사회의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야놀자의 인터파크 인수 건은 추후 경영학 수업에서 두고두고 다루어질 내용이라 판단되는데요. 이전에 이런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다시 한 번 성장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