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들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액셀러레이터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을 당시 저는 스타트업 입문 단계였습니다. 금융학을 전공했지만 상장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초기 스타트업들을 분석하는 데 제가 가진 지식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대학생 시절 구축했던 네트워크 역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2017년 1월, 저는 스타트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로 향했습니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합격한 스타트업에 합류했고, 스타트업 관련 경력을 열심히 쌓겠다는 전략하에 움직였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그중 어떻게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지, 그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네트워크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라

저희가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유치했을 당시, 저희에게도 투자자 네트워크가 없었습니다. 사실상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합격했다는 이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미 구축되어 있는 액셀러레이터의 네트워크에 편승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소개받은 분들은 투자자가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도메인 전문가인 경우가 태반이었죠. 저희도 다소 실망하곤 했습니다. 당장 투자금 모집이 급급했던 터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액셀러레이터가 소개해준 분들을 먼저 만난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을 만나기 전, 저희의 논리구조를 조금 더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덕분에 나중에 투자자들을 만났을 때 떨지 않고 당당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핵심 포인트가 등장합니다. 도메인 전문가들이 알게 모르게 투자자 네트워크를 보유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도메인 전문가가 아닌 투자자들이 많다 보니, 기업들 실사를 도메인 전문가들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반대로 도메인 전문가들을 통해 투자자들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메인 전문가의 추천으로 투자자를 만나는 경우, 투자자에게 기술적인 필터를 거쳤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도 그런 베네핏을 누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콜드메일보단 답변율 높은 플랫폼

그럼에도 네트워크 구축이 어려운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럴 경우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해외에서 가장 활성화된 링크드인과 엔젤리스트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처음으로 접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 콜드메일을 발송해서 답변을 받은 것보다 이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회신을 받은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메일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전혀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플랫폼에서는 각자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기입되어 있는 경우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서로의 정보를 확인한 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 메시지를 보낼 때는 목적이나 이유가 정말 중요합니다. 특별한 목적 없이 타인의 시간을 요청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음 내용을 명확하고 간략하게 정리해서 보낼 것을 추천합니다.

1. 나는 누구인가 

어떤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도 자신의 관심 분야에 해당되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2.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

자세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장 나의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상대방의 어떤 점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3. 필요한 행동

구체적으로 필요한 행동을 정중하게 요청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커피 한잔 마시면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싶으니 시간을 허락해달라’ 혹은 ‘첨부한 자료를 살펴보시고 간단한 의견 한 줄이라도 주시면 감사하겠다’ 등의 방식으로 원하는 액션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가벼운 사항일수록 답변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행동의 중심은 만나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대화가 필요한 상대를 만나지 못한다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작은 기회마저 박탈되기 때문입니다. 퇴짜를 맞더라도, 만나서 설명하고 퇴짜를 맞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설명하고 퇴짜를 맞는다면,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라도 알 수 있으니 절대 밑지는 장사가 아닙니다. 그만큼 가볍게 만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연락을 시작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성과를 꾸준히 보여줘라

네트워크를 구축하셨다면, 그 다음은 해당 네트워크를 잘 유지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바로 투자입니다. 많은 분이 투자자에 대해 오해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를 보고 설명하면 투자자를 잘 설득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인데요. 투자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확신이 설 때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성과를 공유하고 성장하고 있음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분이 간과하는 지점입니다.

도표 위에 있는 하나의 점을 보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도표 위에 점들이 여러 개 생기면 미래를 유추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투자자에게 성과를 꾸준히 공유하는 것이 바로 도표 위에 점을 여러 개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점 하나가 아닌 트렌드를 보여줄 수 있게 됩니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많이 하실 걸로 예상됩니다. ‘이미 장표상에서 성과를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보여주고 있는데, 이걸로 충분하지 않나?’ 안타깝지만, 만나는 그 순간부터 시작인 경우가 많습니다. 만나기 이전 데이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만난 순간 다시 영점을 잡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부터도 여러분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포인트. 여러분이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지 역시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IR은 ‘Investor Relations’의 약자다

저희 회사 온보딩 진행 시 항상 설명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IR은 ‘Investor Relations’의 줄임말이고 직역하면 투자자와 관계를 뜻한다는 내용입니다. 투자자들과 만나고, 설명하고, 공유하고, 설득하면서 투자자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행위들을 포함합니다. 여러분이 하는 것과 같습니다. 투자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것.

IR자료를 바탕으로 투자를 받는다는 오해가 있습니다. IR자료를 잘 써야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잘 설명하고 설득하면 한 달 이내에 투자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를 받는 목적이 유니콘을 향한 여정을 떠나기 위한 것인 만큼, 투자유치 과정에 대해 차분하고 거시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