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을 생각하시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택배 기사님 또는 물류센터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산업이라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이상 발전이 없는 일명 ‘기피산업’이라는 인식도 없지는 않는 것 같고요. 다른 분야의 발전에 비해 발전 속도가 더디게 느껴지는 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은 이와 다른데 말이죠.

2018년 6월 중국에서 JD.com은 약 1,100평 규모 무인 물류센터를 처음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죠. 2020년을 시작으로 미국에서는 화물운송에 활용될 전기차 열풍을 필두로 주식시장이 회복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GS리테일이 요기요 최종인수자로 확정되면서 GS의 퀵커머스 전략이 본격적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죠.

이 3가지 이야기가 동떨어져 있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사실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근 5년간 물류라는 산업은 유례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핵심에는 3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AI, ESG, 그리고 속도.

AI

아시다시피 AI는 많은 산업을 바꾸고 있습니다. 바둑, 체스를 비롯한 게임은 물론, 의료진단과 연구에 있어서도 이미 많은 활약을 하고 있죠. 하지만 자율주행 등 아직 정복하지 못한 산들도 존재합니다. 엄연히 따져 보면 물류에서 AI가 가져올 변화 역시 아직 시작에 불과하죠.

AI 적용에 있어 물류 산업의 가장 큰 이점은 물류센터라는 거대한 샌드박스입니다. 쉽게 말해 현존 자율주행기술을 도입해도 될 만큼 물류센터라는 통제 가능한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죠. 무인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것은 자율주행과는 달리 머지않았나 싶네요.

무인 물류센터가 도입되면, 24시간 최대치로 물류센터 가동이 가능하게 되죠. 이를 통해 물류센터 하나당 처리 가능한 물류량을 증가시켜 효율도 개선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물류센터를 추가로 지을 필요가 없을뿐더러, 있는 시설로 더 많이 더 빠르게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이런 자율주행 기술이 운송까지도 이어진다면 이런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이미 AI는 물류 산업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육해공 각각 알아봐야 했던 과거 시스템을 단일 시스템으로 간소화하는 건 물론, 시간과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하여 최적화된 코스, 심지어 일기예보 데이터 및 운송업자들 운영일지 데이터 등을 고려해서 최적화된 경로를 이미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류에서 AI는 이미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된 셈이죠.

ESG

최근 ESG라는 바람이 증시 쪽에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물류라는 산업 역시 별수 없었죠. 그래서인지 각종 물류 회사들이 앞다퉈 전기차를 도입하겠다고 공표를 했죠. 이를 통해 각종 스타트업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많은 이들이 각종 방식으로 상장까지 성공을 했습니다. FedEx는 물론, UPS, 심지어 미국우정청까지 모두 전기차에 대한 계획을 내놓은 상황인 만큼, 이러한 바람이 좀처럼 잠잠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와 더불어 벌크 포장을 통한 포장 절감, 포장재의 탈플라스틱 등 포장재와 방식에도 친환경적인 요소를 결합하고자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은 AI기술 도입과 함께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중이죠. 이미 UPS는 AI 진로 계산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을 연간 10만톤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하죠 (1). 방식은 간단했습니다 - 좌회전을 최소화하는 거였죠. 좌회전 대기 시 낭비되는 연료에 대한 계산을 감안했을 경우, 우회전을 하여 계속 운행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었던 것이죠. 인간으로서 계산하기 벅찬 이런 사소한 것들마저 AI는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죠.

속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도입된다 한들, 현존 시스템보다 느리다면 말짱 도루묵이 되겠죠. 결국 물류산업에서 승자를 결정하는 건 속도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소비자들은 쿠팡, 컬리 등 빠른 배송에 대해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죠. 이와 더불어 배민 B마트, GS리테일 등이 즉시 배달을 통한 퀵커머스 전략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속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 다양한 기술들이 총동원되고 있죠. AI 노선 계획은 물론 기동성이 더욱 뛰어난 전동킥보드, 그리고 심지어 무인 드론 기술까지도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더불어, 배민커넥트로 대표되는 일명 “용돈벌이” 일거리로 물류망을 더욱 확장하고 속도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대도시인 서울 및 수도권만 이런 게 아니죠. 쿠팡만 해도 전국 광역시는 물론 국내 주요도시에서 이미 로캣배송을 진행 중이며, 컬리 역시 새벽배송을 충청권으로 확장하고자 노력 중이죠. 미국 월마트는 오프라인 지점들을 미니 물류센터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공표한 상황이며, 국내 유통 대기업들 역시 이런 전략을 차용할 것이라 전망이 되는 상황입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주문부터 배달까지 기간을 축소하겠다는 속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비용관리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속도가 빠를지언정, 경쟁 대비 터무니없이 비싸면 소비자 입장에서 가성비가 안 나올 수 있으니 말이죠. 이런 제약 속에서 보다 빨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과열될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더 많은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물류 산업의 변신은 무죄

물류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온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로마제국까지, 중세 유럽에서 대항해시대까지, 그리고 그를 넘어 현대까지. 물류는 이런 변화의 흐름을 모두 겪고 혁신을 일구어낸 산업입니다. 마찬가지로 극동의 변화를 겪고 있는 현재, 물류는 또 다시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더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환경에 덜 파괴적인 방식으로, 이전 방식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이런 충돌적인 요구들이 동시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물류는 그 어떤 산업보다 빠르게 적응을 하고 미래로 도약하고 있는 중이죠. 그리고 도약함으로써 수없이 많은 산업을 이끌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류는 인류가 성장하기 위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과제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과제를 해결하는 데 시대마다 방식이 바뀌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극동의 시기에 물류 산업은 과연 어떻게 변화를 통해 미래를 이끌어나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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