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에는 바쁘게 일하고 있는 ‘곤충부대(Black Soldier Fly)’가 있습니다. 이들은 작은 팔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사과껍질과 생선 등의 음식물 찌꺼기를 분해해 곤충 단백질로 만드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곤충 단백질은 영양이 풍부한 반려동물의 사료와 비료로 재탄생합니다. 

2019년 탄생한 ‘바디(Bardee)’는 전 세계 음식 생태계를 개혁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가진 호주의 스타트업입니다.(1) 최근 바디는 호주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블랙버드 벤처스(Blackbird Ventures)와 엔젤투자자들로부터 약 60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푸드테크에 관심이 큰 호주에서 바디의 잠재력과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입니다.  

10억 마리 곤충들이 10톤 넘는 음식 쓰레기 정화

바디에겐 자신의 모든 걸 내어주는 까만 곤충부대가 있는데요. 환경정화 곤충이라 불리는 이들의 이름은 ‘아메리카 동애등에’입니다. 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동물의 사체, 가축의 배설물, 식물의 잔재물, 음식물 쓰레기 등을 먹이로 삼으며 살아갑니다. 동애등에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는데, 이 곤충들 덕분에 자연환경이 저절로 깨끗하게 유지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바디는 멜버른 북서쪽 약 760평 규모의 농장에서 10억 마리의 동애등에를 키우고 있는데요. 유충들은 매일 50톤의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는 농업 시스템에서 약 3천 배의 크기로 성장합니다. 매일 1억 마리의 아메리카 동애등에가 10톤이 넘는 음식 쓰레기를 정화하고, 바디는 이것들을 수확해 비료와 반려동물의 사료로 만들어냅니다.(이 비율은 멜버른 음식물 쓰레기 전체의 0.03%라고 합니다.) 곤충으로 만들어진 사료는 소화가 잘되고 영양이 풍부하며, 알러지 유발이 적어 프리미엄 사료로 분류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바디는 곤충에게 매료된 두 명의 청춘들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건축가 포비 가드너와(2) 곤충학자 알렉스 아놀드는(3) 대학 주차장에서 버려진 참치 머리를 잘라 곤충의 먹이를 만들고 작은 실험실에서 곤충을 키웠습니다. 이들은 곤충들이 자연에서 가장 뛰어난 업사이클러(Upcycler)라고 믿었는데요. 업사이클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이 합쳐진 말로 버려지는 물건을 새롭게 활용하는 창작자를 말합니다. 

최초의 업사이클러로서 곤충의 힘을 믿은 바디의 두 창업자는 곤충들의 힘을 빌려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단백질과 지방을 추출하고 비료를 생산해, 전 세계의 음식물 순환 사이클을 낭비 없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새롭게 설계하고자 합니다. 

바디의 기술은 자연과 공생하는 데 최적화된 곤충들의 특성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곤충들은 숲과 대지를 누비며 먹고 배설해 새로운 영양분을 얻어내고,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면서 집단으로 서식합니다. 버디는 곤충의 호흡에서 나오는 약간의 이산화탄소만 배출하며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디의 방식은 시중에서 생산되는 퇴비보다 음식물 쓰레기를 10배 빠르게 분해함으로써 다량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바디는 현재 동물의 사료와 농업용 비료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꾸고 있습니다.(4)

세계 시장 노리는 바디의 야심찬 계획

팬데믹 기간 동안 연구를 거듭해 이제는 17명의 직원을 가진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바디는 자신들의 기술이 전 세계 음식물 쓰레기 관리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바디 팀원들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를 모두 모으면 9개가 된다고 하는데요. 세계 시장을 노리는 바디의 계획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5)

노르웨이의 비영리 단체 ‘EAT’가 지난해 발간한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을 위한 건강한 식습관: 음식, 지구,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6) 전 세계 77억 명을 위해 생산되는 식량이 글로벌 탄소배출량의 2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최근 발간된 유엔 보고서에서도(7) 인류가 소비하기 위해 생산되고 있는 식품의 3분의 1인 13억 톤이 버려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파괴적인 역할을 피해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바디와 같은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로 반려동물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는데요. 미국 전체 가구 중 약 67%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함께 성장하는 사료시장의 규모로 볼때 곤충을 이용한 반려동물용 사료 개발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8) 환경을 보호하고,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곤충과 함께 일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외파(해외 스타트업 파헤치기)는 많은 스타트업에게 영감을 드리기 위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을 찾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콘텐츠는 바디 홈페이지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