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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아이돌 키우는 에이전시,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

<사진제공 : 주식회사 넥스트유니콘>

“젊치인을 기대하는 캐스팅 매니저 [6,537]명” 

‘뉴웨이즈’ 홈페이지 첫 화면을 가득 메우는 정보는 바로 이 숫자다.(11월 말 현재) ‘젊치인’이란 젊은 정치인의 준말, 만 39세 이하 정치인이 유권자와 함께 더 나은 의사결정권자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출발한 비영리 스타트업, 뉴웨이즈다. 

이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기초의원 젊치인을 20% 이상 등장시키겠다는 것. 국회의원이나 시장, 도지사, 군수 등의 자치단체장이 아닌, 정확히 시군구의 기초의원이다. 여기서 주인공은 뉴웨이즈가 아니다. 젊치인이 더 많아야 한다는 뉴웨이즈의 기치에 동감하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다. 직접 정치 신인으로 나서겠다면 후보자가 될 것이고, 젊치인을 기대하는 능동적 유권자들 모두 ‘캐스팅 매니저’가 된다. 스타와 팬덤 간의 자발적이고 유기적인 연대 관계를 떠올린다면 크게 다르지 않다.

뉴웨이즈 홈페이지 첫 화면 <사진제공: 뉴웨이즈>

여기서 잠깐 퀴즈. 현재 전국지방선거 당선자 중 만 39세 이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6%다. 그렇다면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교육감 중에 만 39세 이하는? 정확히 0명이다. 뉴웨이즈는 이 숫자를 토대로 젊치인 등장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우리 동네, 내 일상의 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해결할 수 있는 이가 기초의원이라는 것, 게다가 평균 연봉 4천만원 수준에 겸직이 가능한, 아주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사실까지. 

바로 우리 곁에 있으나 전혀 몰랐던,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이 정보들이 말하는 바는 단순명료하다. 지금 사회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걸 바꿀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직접 참여하는 것’이라는 진리다. 뉴웨이즈의 대표는 29세의 박혜민,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라는 직함의 동업자는 동갑내기 곽민해다. 둘은 2020년 한 여성 커뮤니티 행사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 자리에서 각자의 야심을 발표하는 시간. “다양한 개인의 역량을 연결해서 우리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자본이나 권력을 만드는 구조를 짜고 싶다”는 박혜민의 야심을 듣고 곽민해의 귀가 열렸다. 그 야심이 뉴웨이즈라는 이름으로 실현된 것이 지난 2월이다.

우리 동네에 젊은 정치인이 왜 필요할까? 어떻게 하면 출마할 수 있고, 당선이 가능하며, 만약 젊치인 20%가 넘으면 뭐가 달라지는 걸까? 터져나오는 궁금증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박혜민 대표는 일단 이렇게 갈음하고 시작했다. “뉴웨이즈는 구조를 바꿀 것이다. 같이 하면 할 수 있다.”

뉴웨이즈를 한 문장으로 소개해준다면?

유권자와 함께 동네 정치인을 키우는 에이전시다. 

에이전시’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초기에 정체성을 기획사라고 할 것인가 에이전시라고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지방선거라는 구조를 이해하기도 어렵고, 저조차도 시작할 때 지방선거 투표 용지 7장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이걸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것부터가 우리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아이돌을 키워내는 기획사와 비슷할까 생각했는데, 사실 아이돌은 진짜 뛰어난 몇 사람만 데뷔시키는 구조 아닌가. 그것과는 좀 달랐다. 그러다 친구가 우연히 ⟨제리 맥과이어⟩라는 영화를 보면서 거기 주인공이 스포츠 선수를 발굴하고 키우는 에이전트로 나오는데, 뉴웨이즈가 이런 일을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해주더라. 그래서 보니까 우리와 딱 맞는 모델이었다. 그렇게 에이전시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뉴웨이즈 로고 <사진제공: 뉴웨이즈>

뜬금 없는 질문으로 시작해본다. 박혜민은 정치적인 사람인가?

물론이다. 사실 모든 인간이 정치적이지 않나? 어떤 선택을 하는 것부터 정치적인 행위니까. 저는 상대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사회문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셔서 옆에서 항상 보면서 자랐다. 그러면서 스스로 ‘이건 아닌데?’ 라고 생각했던 계기가, 고등학교 때 학교라는 공간 자체에 대해 의심과 의문이 너무 많아지는 거다. 스스로 변하니까. 나라는 사람이 원래 이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런 공간 안에서는 완전히 달라지네? 그 달라지는 모습에 괴롭고 ‘내가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생각했을 때 학교라는 시스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청소년 인권운동을 좀 쎄게 했다. 

‘쎄게’했다는 의미는?

단체에 가입해서 기자회견도 하고, 집회, 시위도 만들고. 학교에 항의도 하러 가고, 적극적인 활동들을 했다. 그러면서 내가 뭔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감각, 뭔가에 순응하고 있지 않다는 감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그때 성적이 진짜 많이 떨어졌다(웃음). 선생님들한테 어떻게 된 거냐고, 집안이 어떻게 된 거 아니냐고, 불려 다니면서 혼이 많이 났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마음은 편했다. 성적에 되게 일희일비 했었는데 지금은 다른 것들을 볼 수 있으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이렇게 계속 살아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 

그러다 사회학과를 선택해서 대학에 갔는데, 그때 제 주변에는 대학을 가지 않기로 선택한 친구들도 많았기 때문에 대학을 갔다는 데에 대한 어떤 부채감을 가진 시기가 있었고, 그맘때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 운동(2014년)이 있었다. 그 운동의 확장자 역할을 했었다. SNS 페이지를 만들어서 넓게 퍼뜨리는 역할. 세월호가 터졌을 때도 친한 동기들이 집회, 시위를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해서 데려갔는데. 그 분위기를 굉장히 낯설어 하는 걸 보면서 고민이 많아졌다.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단단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깥의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역할에 대해서. 그러면서 사회생활도 소셜 벤처에서 시작하고, 여기까지 온 거다.

비영리 정치 스타트업을 하게 되기까지, 이보다 적합한 길을 걸어올 수 없겠다 싶다(웃음). 뉴웨이즈가 하고 있는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일단 일주일에 월금 두 번 뉴스레터가 나간다. 월요일은 ‘도미노 학습지’, 금요일은 ‘젊터뷰’. 매주 수요일 젊치인을 만나는 비대면 모임이 진행되고, 캐스팅 매니저 모임을 주최하고, 강연 내용을 정리해서 가이드화해 전달한다. 지난 6월에는 ‘누울자리 캠페인’을, 최근에는 ‘열려라 젋깨’ 같은 이벤트를 하고, 여러 단체와 매체들과 협업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조직 구성은 어떻게 되나?

풀타임으로는 저와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민해님 둘이서 일한다. 점점 저희가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지금 파트너로 한 분이 더 계신데, 그분은 N잡으로 일을 하고 계시고, 객원 에디터가 6명 정도 있다. 이분들이 다 캐스팅 매니저들이다(웃음). 뉴웨이즈의 출발 때는 지금처럼 뉴스레터가 없었고, SNS로만 활동을 했는데. 그때부터 계속 지켜보고 좋아해주던 사람들이 객원 에디터로서 일해주고 계시다. 

박혜민과 구민해, 혜민&민해 이름부터 꽤나 운명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끼리 ‘혜민해’라고 부른다(웃음). 처음에 이 일을 하자고 했을 때 민해님을 적합한 인물로 생각했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되게 많은 변화가 있을 텐데 별로 정해진 게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할 거라고 약속하는 것보다 ‘왜’ 할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동의해줄 수 있는 사람과 하고 싶었다. 민해님이 그걸 가진 사람이었다. 두 번째로는 왜 인스타그램을 보더라도 피드에 엄청 많은 글이 올라오는데, 이 사람 글은 꼭 읽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고 그냥 넘기는 게 있지 않나. 민해님 글은 꼭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이 일의 본질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이고, 그걸 잘하는 사람을 제일 먼저 모셔야 하는데. 이렇게 매력적인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뉴웨이즈 홈페이지 첫 화면 <사진제공: 뉴웨이즈>

정치 관련 운동 중에서도 기초의원, 그 방법론으로 캐스팅 매니저라는 줄기로 결정하기까지, 가지치기의 과정도 궁금하다.

일단 개인적으로 일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제가 임팩트 투자사인 ‘소풍’에 있다가 ‘에어프레미아’라는 항공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오면서 지금까지 잘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꼭 있어야 하는 곳에 나를 배치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뭘 잘할까’, ‘앞으로 뭐 먹고 살지?’ 같은 고민이 아니라, 어떤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한 일을 하고 싶었다. 조직의 구성원이 되는 건 지금 단계에서는 안 하고 싶었고, 탐색을 하다가. 제가 일하면서 만난 어른 한 분과 교수님 한 분을 각각 만났는데. 나에 대해 두 분이 비슷한 얘기를 하시더라. 넌 경계에 있는 사람인데 그 줄타기를 굉장히 잘하는 것 같다고. 여기에 있거나 저기에 옮겨가거나를 고민하는 것보다는 경계 그 자체가 너의 포지션인 것 같다고. 그런 평가를 듣고 생각을 해나간 끝에 영리와 비영리가 교차하는 일, 사람들을 연결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유학을 갈 생각이었다.(웃음)

어떤 계기로 유학에서 사업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건가?

최근 들어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권력형 성폭력 문제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서 사회에 대한 실망이 되게 컸던 것 같다. 다양한 개인의 영향력을 통해서 사회의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야심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 닷페이스에서 솔루션 저널리즘 관련한 프로젝트라든지, 관련 기획들을 하면서 굳이 유학 가서 배우고 오는 것보다 지금 여기서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됐다. 사람들이 사회를 좀 낙관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으면 좋겠다, 다양성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싶다, 그러려면 정확한 이벤트가 필요할 텐데?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서 가다 보니 ‘선거’라는 이벤트가 보이더라. 대선이나 국회의원 선거 같은 큰 선거에서 소진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지방선거 같이 그 다음으로 가는 출발점이 되는 구조를 짜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온 것 같다. 

그 방법론으로 ‘캐스팅 매니저’라는 개념을 생각한 건가?

맞다. 이제 정치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 그 이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 영역에 들어가는 유권자라는 존재 하나 하나가 다양한 개인의 영향력 그 자체라는 것. 명확하게 효능감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정치라는 것. 이것을 뉴웨이즈의 미션으로 삼았고, 그 미션과 잘 맞는 구조로 짠 것이 바로 캐스팅 매니저다.

정치에서 젊은 사람들의 비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말이 안 통한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몇만 명이 모여서 시위를 할 만큼 우리한텐 시급한 문제인데 저 사람들에게는 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건 학습해서 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그게 자기 삶이어야 급해지고, 우선순위가 높아지는 거지. 그러면 가장 필요한 것이 우선순위가 같은 사람, 삶의 경험이 비슷한 사람들이 더 의사결정권자로 가야 하지 않겠나. 이미 결정된 의사결정권자의 생각을 바꾸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권자 자체를 다르게 만드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호기심에 선관위 사이트에 들어가봤더니 기초의원 중에 2030이 6%밖에 안 된다는 걸 발견하게 된 거다. 이러니까 말이 안 통할 수밖에, 그럼 말 통하는 사람들을 빨리빨리 들어가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뉴웨이즈에서 젊치인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정말 각양각색이더라. 배달노동자, 게임기획자, 독립서점주인, 건설 현장 작업자, 공간 디자이너... 이들을 만나봤을 때, 공통적으로 좀 어떤 사람들이던가?

정치를 수단으로 삼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망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개인에 따라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다르고, 그 계기나 스토리도 다 다르지만. 정치를 통해서 누리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치를 통해 무언가 풀어내고 싶은 사람들인 것 같다. 그리고 대체로 자원이 없다. 돈도 없고 네트워크도 없고, 경험이 없으니 서툴다. 그렇지만 그만큼 문제의식은 뚜렷한 사람들이다. 

뉴웨이즈 홈페이지의 ‘젊치인 등장!’ 화면 <사진제공: 뉴웨이즈>

그렇기 때문에 뉴웨이즈 같은 존재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을 것 같다. 

빨리 오시라, 빨리 이걸 보시라는 심정이었다. 취업할 때를 보더라도 관련 카페들이 수두룩하게 있고, 경험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정보를 얻어서 취업이 되면 자기 경험을 다시 나누고,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정치는 그게 없잖나. 지방선거를 어떻게 나가는지, 출마 의사를 밝히고, 공천심사를 받고, 슬로건이나 선거 자금 같은 실용적인 정보를 모아 Q&A 가이드북을 만들고, 디테일한 케이스 바이 케이스 고민에 대해서 멘토 그룹과 매칭해준다. 굉장히 필요한 일인데 이 과정에 대해서는 누구도 잘 알지 못하고. 우리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공부하고 준비해서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웹툰으로 쉽게 설명한다든지 ‘젊치인’, ‘젊터뷰’, ‘열려라 젊깨’ 같은 친숙하고 재미있는 워딩들도 그렇게 나온 거겠다.

맞다. 사실 초반에 위축도 많이 됐었다. 경험도 없이 정치하려고 든다는 질타에 압도되기도 했고. 뉴웨이즈의 포지션을 어디에 배치시킬지를 잘 못 찾았던 시절이 있었다. 정치 평론적으로 입장을 요구하는 질문들이 막 들어오는데. 제 개인으로서 정치 성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뉴웨이즈가 얘기할 수 있는 건 사실 솔루션밖에 없었다. “문제 진단이 이렇고, 솔루션이 이런데, 구조가 이렇습니다” 얘기하면 “그래서 어느 쪽이냐고요?” 이렇게 되돌아오니까. 처음엔 내가 정치적 말하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고민이 많았다. 정치 플레이어로서 20대 여성의 얼굴이 거의 안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었다. 근데 그건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거였다. 너무 많은 책임을 동시에 다 지려고 하지 말자, 내가 다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잘하는 걸 하자, 했다. 

“젊은 정치인이 답일까?” 하는 의심의 말도 많이 들었을 텐데?

욕 많이 먹고 있다(웃음). 젊은 정치인은 다 이준석 같은 사람들 아니냐고 욕 먹고, 또 다른 쪽에서는 다 류호정 아니냐고 욕 먹는다. 각자 자기가 원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거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저희가 가지고 가려는 태도가 있다. 정치인도 같은 사람인데, 다면적인 모습들이 있지 않겠나. 그걸 잘 범주화하고 구분해서 비판할 건 세게 하고, 잘하고 있는 건 잘하고 있다, 얘기해줄 필요가 있다. 그 용인의 수준이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한데 젊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박하다. 젊다는 이유로 대표성을 가지고 모든 걸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자꾸 놓이는 거다. 싫어도 배울 건 배우고, 잘하는 건 격려하자, 이런 톤을 찾아가고 있다. 

20%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목표로 잡은 이유는?

단순하다. 10%는 너무 적고, 30%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리고 실제 2030 의원이 6%라고 말했을 때 놀라는 반응을 기대한 것도 있다. “뭐 70%도 아니고 고작 20%를 대단한 목표라고?” 물었을 때, “지금 6%인데요?”라는 숫자에서 오는 충격을. 

‘실력과 유머가 있는 에이전시’라는 소개글이 재미있었다. 특히 ‘유머’를 넣은 이유는?

재미와 유머는 좀 다른데, 재미 없으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유머는 어쨌든 싫어도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봤다. 좀 피곤해도 보게 되는 에너지랄까. 실제로 저희 캐스팅 매니저 중 한 분이 다른 뉴스레터들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나 이동할 때 지하철에서 틈틈히 보는데, 뉴웨이즈는 아껴놨다가 자기 전에 본다면서. 왜냐고 물었더니 어떤 기운 같은 걸 받는다고 하더라. 보면서 자기도 뭔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그런 에너지를 얻는다고. 또 다른 분은 뉴웨이즈의 말들이 계속 자기를 푹푹 찌르는 것 같다고 하더라. 해보자, 해보자고. 사람으로 표현하자면 혼자 넘어지고 ‘어라? 이건 안 되는 것 같아’ 하다가 ‘다시 방법을 찾았어!’ ‘다시 해볼게, 같이 해보자’ 하는 사람이 생각난다고. 이런 것들이 유머를 가진 사람이 풍기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나?

우리가 말하는 실력은 어떤 기술이라기보다는 태도에 가깝다. 문제의 본질에 가깝게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유연하게 실험할 수 있는 태도들과 그걸 밀고나갈 수 있는 근육, 혹은 사고방식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커리어를 계속 스타트업에서 쌓아왔기 때문인 것도 있고. 뭔가 그럴싸해 보이는 것보다는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게 뭔지를 알아내는 데 시간을 초기에 정말 많이 썼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구분을 잘 지어놓은 것 같다.

뉴웨이즈가 하지 않기로 구분 지은 것들은 뭐가 있나?

일단 분노를 자양분으로 만드는 커뮤니케이션은 안 하려고 노력한다. 초반에 해본 적도 있었다. 예를 들면 기성 정치를 꼰대 아저씨라는 구분을 지어놓고, 늙으면 다 꼰대고, 이런 꼰대 정치는 바뀌어야 하고... 이런 것들은 사실 다 아는 내용이기도 하고, 우리가 나서서 굳이 대결구도로 만들 필요가 없는 거다. 결정적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거니까 잘 먹히지도 않았다. 오히려 뉴웨이즈에 대한 기대치만 줄어들고. 그래서 지금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못하고 있는지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파해서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훨씬 많이 이야기한다. ‘젊어져야 하니까 너 참여해’, ‘이게 맞잖아’라고 당위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스스로 깨달을 만한 정보를 주고, 상황들을 만드는 거다. ‘청년 정치’라는 말은 이제 식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실은 젊치인이 얼마나 적은지 숫자로 빵빵 보여주면 훨씬 와닿게 되는 식이다. 

뉴웨이즈와 정당의 협업 <사진제공: 뉴웨이즈>

깃발 꽂고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여기로 와야 할 이유를 만들고 증거와 상황을 보여준다?

정확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형이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할 때, 굉장히 연설을 잘하는 캐릭터가 한마디 해서 사람들이 모일 수도 있지만, 내 주변 친구가 한 명에게 말하고 또 말하고 그렇게 번져갈 수도 있다. 저는 한 명의 사람을 쳐다보는 것보다 주변 친구에게 이야기를 퍼뜨릴 수 있는 어떤 소스를 던져주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정말 많이 질문한다. 이 일이 의미는 있을 텐데 안 해도 그만일 것 같다? 해결하자고 하는 일인가, 그냥 기분 내자고 하는 일인가, 재차 질문했을 때 후자라면 안 한다. 누군가는 우리더러 무슨 농부냐고, 씨만 뿌리고 있느냐고, 그래갖고 어느 세월에 결과를 낼 거냐고 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안 하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씨를 뿌리는 거다. 그냥 대충 뿌려놓고 언젠가 잘하겠지가 아니라, 최대한 정확하게 뿌리려고 한다. 

정치는 어쨌든 선거다. 경쟁해서 누군가를 떨어뜨리고 내가 되어야 하는 일. 근데 뉴웨이즈는 이것을 ‘같이 한다, 같이 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뉴웨이즈의 ‘같이 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여섯 명의 후보가 나왔다고 치면, 여섯 자리 안에서 싸우는 이미지를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우리는 94%의 방향으로 6%의 크기를 키운다는 쪽에 가깝다.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쳐서 강해져야 한다기보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자주 마주쳐야 생각을 키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서로 마주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6%라는 건 그만큼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니까 내가 가진 정보와 네트워크를 나눠서 상호 영향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뉴웨이즈의 롤모델이 있다면?

여러 모델의 집합체에 가깝다. 우선 미국에 ‘쉬 슈드 런(She Should Run)’이라는 단체가 있다. 여성들의 출마를 독려하고, 인재 연결을 해주는 조직인데. 누군가가 출마하기로 결심했을 때, 거기까지 가는 여러 단계가 있을 거다. 수많은 단계 중에 이를 테면 1단계부터 3단계까지만을 타깃한다고 선언하는 비영리 단체다. 초반 씨를 뿌리는 역할이지. ‘브랜뉴 콩그레스’ 같은 경우 다양한 사람들이 출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드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영감을 얻었고. 프랑스의 ‘앙마르슈’라는 단체에서는 정치 웹사이트를 구성하는 방식, 사람들과 토론하는 방식 같은 요소 요소들을 가져왔다.

주변을 둘러봐도 정치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는, 기대도 없고 나와는 먼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다. 좌우의 문제보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을 정치로 끌어오는 일이 더 어려울텐데, 뉴웨이즈는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혹시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만 가닿는 목소리는 아닐까?

맞다. 우리가 아무리 래퍼 영지를 데리고 와서 얘기를 한다 해도 관심 없을 사람은 영원히 없다. 우리가 믿는 건, 오히려 자기 옆 친구의 영업이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재밌다고 하면 ‘뭔데?’ 귀를 열게 된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을 캐스팅 매니저화하는 게 중요하다. 친구에게 이런 게 있다고 얘기하기 쉽게 서사와 정보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그렇게 소문을 내고 누군가를 영입해오면 그에 따른 보상을 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박혜민이 몇 명 데려오면, 카운트 1, 2...10 이런 식으로. 10명 데려온 사람에게 ‘명예 캐스팅매니저’를 준다든지, ‘동작구의 이장님’이라고 부른다든지 하는 방법들을 생각해보고 있다.

훗날 뉴웨이즈의 성공을 떠올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뉴웨이즈로서의 성공과 사회적으로서 보여주고 싶은 성공이 있다. 사회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변화는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사회적 역량을 성숙시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뉴웨이즈로서의 성공은 개인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때 혼자하는 것보다 같이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감각이 생기는 것. 그리고 그때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 내지는 솔루션으로 뉴웨이즈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이다.

사전 취재를 위해 뉴웨이즈 홈페이지를 둘러보면서 든 첫 생각은 ‘뭐 이런 게 다 있나?’였다. 고백하자면, 재미있고 새로워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필요했지만 누구도 덤비지 않았던 일. 앞으로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져나올 게 분명한 일. 뉴웨이즈에는 현역 기초의원 코치단 18명이 있고, 기존 7개 정당과 업무 협약을 맺고 있다. 

구체적인 것들을 질문할수록 이야기는 자꾸 본질로 되돌아갔다. 향후 계획은 불분명하고,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이 일을 왜 하는가?’ 본질과 명분만이 명확했다. 해나가야 할 일들은 너무 많아서 손에 잡히지 않는데, 하지 않아야 할 것들은 분명해서 단정했다. 이 아이러니들이 곧 뉴웨이즈 같았다. 시작은 있으나 끝은 결코 없는 일.

2022년 지방선거, 2030의 비율 6%가 20%가 되기까지. 뉴웨이즈는 “뉴웨이즈 덕분”이라는 말보다 당선된 이들, 당선시킨 이들 각자가 다 “내 덕분”이라고 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한다.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나면, 자주 잊히는 게 바로 씨앗을 뿌린 존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열매란 분명 제대로 뿌린 씨앗에서 발아한다. 

한 번 더 고백하자면, 나는 캐스팅 매니저로 뉴웨이즈의 정기후원자가 됐다. 나아가 2022년 기초의원에 출마하고 싶어졌다. 누가 잘하는지 지켜보는 데에도 게을렀던 사람이 문득 주체가 되어 바꿔보고 싶어진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어떤가.

필자 성영주

매거진 기자로 업의 처음과 끝을 지내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다. (매번 지친다.) 자기 밥벌이가 급급해서 남의 밥벌이도 중요하다는 걸 주억주억 깨닫는다. 늦다. 늦는 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알아가는 것도 늦다. 노동하는 자는 신성하다. 노동이라는 단어가 다른 핫한/트렌디한/최신유행의 단어들에 의해 마구 놀아지고 그래서 오롯이 살아 있으면 좋겠다. 노동은 신성하고, 당신도 노동자다. 나와 같이. <오늘만 사는 여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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