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가 호황인 만큼, 상장을 추진하는 스타트업들도 많아졌습니다. 기존 IPO를 신청하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요즘 핫한 SPAC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회사들도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는 Direct Listing 이란 제도도 원활하게 활용되고 있죠. 오늘은 많은 견제와 역경을 견뎌내고 끝내는 상장까지 이뤄낸 한 여성 창업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 이야기는 바로 Bumble(범블)의 이야기입니다.
아마 미국 생활을 조금이라도 하셨다면 범블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틴더 다음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데이팅 앱이며, 기존 데이팅 앱이 남성 중심으로 기획된 것과는 다르게 여성에 맞춘 서비스로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고 범블의 강점이 되었습니다. 2014년 12월에 창업을 기반으로 7년간 틴더의 견제를 받으며 성장해온 범블은, 미국에서 반(反)틴더 앱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현재 범블의 MAU는 4,200만이며 2020년 1,2,3 분기 합산 4억 1,700만 달러 상당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죠.

범블 창업자인 위트니 울프 허드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운데요. 틴더 공동창업자 출신인 그녀는 각종 사건으로 인해 틴더를 퇴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범블을 창업하였습니다. 오늘은 범블의 상장이 뜻하는 의미와 앞으로 바뀔 트렌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여러분들의 사업에 접목시켜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으로 트렌드의 흐름을 바꾼 범블의 상장

위트니 울프 허드 (이하 위트니)가 틴더에서 퇴사하게 된 이유는 조금 복잡하지만 그중 큰 이유는 성차별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경영 참여에 있어 방해가 되었고, 그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위트니는 모든 걸 포기하고 퇴사를 결정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포함한 세상 모든 여성에 대한 생각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산업에 있어 트렌드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산업에서는 탄소기반에서 탈탄소로, 모빌리티에서는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더 나아가 인간 운영이 아닌 자율 주행으로 말이죠. 클라우드, AI는 물론, 최근에는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것처럼 기존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더불어 범블도 기존 남성들을 주 고객으로 생각하고 운영해온 데이팅 산업을 여성 우선주의로 보다 건전하게 이끌 수 있게 바꾸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앞서 예를 든 기술적인 변화와 일맥상통한 건 기존의 사고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죠. 범블은 여성들이 주도하는 사회의 촉진제 역할을 할 거라는 믿음이 있고, 이 변화가 근본적으로 자율시장 경제에 있어 좋은 변화가 되었습니다.

Underserved, 기존 시스템에 대한 사고 전환

Underserved란 기존 시스템 밖에서 시스템에 가입/등록을 못하고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기득권 층 밖에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죠. 제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처음 입문했을 당시만 해도 개발도상국에 있는 이들을 일컫는 단어였지만 최근에는 단어의 의미가 조금 더 광범위해지고, 우리 삶과 더욱 밀접해졌습니다.

당장 우리 주변만 봐도 Underserved라는 키워드에 적합한 예시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저는 외국인 신분으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금융권부터 시작하여, 행정업무는 물론, 생활에 있어 조금씩 마찰이 생기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한국과 같이 시스템이 잘 설계되어 있고, 편리한 곳에서도 누락되는 이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번 범블 IPO는 틀을 깨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들이 더 이상 이상한 시선이 아니라 당연하고 정당하게 실행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누락되고, 약자 입장에 놓인 이들을 끌어올릴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앞으로는 당연해진다는 것이죠.

재밌는 예시로 영국, 특히 런던에서 주소지를 유지하기 매우 어려운 이들이 있습니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진 바람에 사실상 불법으로 방을 임대해 거주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은행권에 주소지를 증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 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국 은행 스타트업인 몬조(Monzo)는 이를 여권, 운전면허증 등 국가 발급 ID로 인증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미국에선 신용 없이는 사실상 대출이 불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신용등급을 쌓기 위해선 신용카드 발급이 필수인데, 이 역시 신용 없이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미국에서 이민자나 독립한 이들은 신용을 쌓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토모크레딧(TomoCredit)은 개인의 현금흐름성을 바탕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신용 쌓기를 더욱 쉽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컨셉 바탕으로 최근 700만 달러 상당의 시드 투자 유치도 했습니다.

금융권은 물론, 장보기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습니다. 신선한 식자재를 살 수 없는 곳을 Food Desert라고 부릅니다. 주로 신선한 식자재를 못 사는 곳을 생각하면 개발도상국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은 물론, 선진국들에서도 흔히 보이는 문제로, 이를 해결하고자 출범한 컨셉들이 요즘 핫한 수직농업, 스마트 농업, 도심농업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문제지만, 북미와 서구권에서는 아직 광대역 인터넷이 없는 곳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출범하였고, 기존 플레이어들도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죠. 가장 유명한 예시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있습니다.

패러타임이 변할 때 부가 생긴다

인터넷이 생겼을 때 세상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사람의 활동 범위가 무한으로 넓어졌고 이에 맞춰 비즈니스의 스케일 역시 무한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규모의 기술 발전은 사실 매우 드물지만 기술적 변화만 세상에 있는 게 아니죠. 사회적 변화도 분명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세계 2차대전 당시 참전한 남성 대신 노동시장에 진출한 여성들을 시작으로 사회적 변화가 있었고 2000년대 당시에는 중국의 성장과 더불어 사회적 변화도 생겼습니다.

이번 사회적 변화 역시 기술적 변화와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기존 시스템에서 누락된 이들을 포용하고 끌어올려 줄 수 있는 비즈니스들이 앞으로 성장을 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구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더불어 이 변화는 사회적 요구로 끝나지 않고, 시장에서도 원한다는 신호를 이번 범블의 IPO를 통해서 입증을 한 것이죠.

참조 링크
(1)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826778/most-popular-dating-apps-by-audience-size-usa/
(2) https://techcrunch.com/2014/12/02/bumble-is-exactly-like-tinder-except-girls-are-in-charge/
(3) https://techcrunch.com/2021/01/15/bumble-files-to-go-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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