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창업했는데, 난 개발자가 아니다

스타트업을 창업 시 창업자가 비개발자라면, 그 스타트업은 무조건 개발인력이 1명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IT기반 서비스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개발인력이 없다는 것은 아주 치명적인 리스크인데요. 어떻게 해서든 단 1명의 개발인력이라도 무조건 영입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개발자인 대표가 개발인력을 어떻게 채용할 수 있을까요. 조금 암울한 이야기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개발자 채용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채용이 불가능하다는 말이지 영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말 좋은 비즈니스 아이템을 갖고 있고, 그것을 유능한 개발자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면, 그 유능한 개발자가 CTO가 되어 공동으로 창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말 좋은 비즈니스 아이템’이어야 하고, ‘개발자가 인생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언변을 가지고 있어야 할 텐데요. 아마도 대부분은 이런 상황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시 일반적인 케이스로 돌아가 비개발자인 창업자, 일반적으로 좋은 아이템, 일반적인 언변 등을 가진 너무나도 일반적인 상황에서 개발자를 어떻게 채용할 수 있을까요?

모든 인맥 총동원, 개발자 지인 만들기

일단 개발 지식을 갖고 있거나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인뿐만 아니라 지인의 소개, 각종 커뮤니티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많은 개발자들을 만나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그들에게 함께 서비스를 만들자고 바로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보다는 친분을 쌓고 연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데요. 물론 주니어보다는 경력이 있는 개발자가 좋습니다. 그렇게 개인적인 친분을 쌓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술적인 조언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정말 운이 좋다면 이 과정에서 개발자가 조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인에서 파트너로

이렇게 친해진 개발자에게 파트너십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성장에 대한 욕심이 많은 개발자라면 대부분 본업 외에 사이드프로젝트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평일 저녁 시간이나 주말을 통해 부담 없이 사이드프로젝트로 제안한다면, 생각보다 많은 개발자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것입니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책임감과 열정의 차이가 아주 크다는 리스크가 있으며, 상호 협의하에 약간의 사례금은 제공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가 1명도 없는 우리 팀의 서비스 개발에 경력 개발자가 인볼브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세팅된 1명의 외부 개발자를 통해 개발자 채용에 대한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개발자 채용의 가능성이 열리다

아무리 외부 개발자라고 하더라도 우리 팀과 함께하는 개발자가 있다는 사실은 초기 스타트업에게 아주 큰 강점입니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이 초기 개발팀 세팅을 실력 있는 외부 개발자들과 사이드프로젝트 형식으로 많이 진행하고 있고, 이들을 통해 개발자 채용 및 개발팀 세팅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들은 일단 회사를 선택할 때 신입이든 경력이든 상관없이 개발팀의 유무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개발업무 특성상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함께 일하면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존재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서두에서 개발인력이 1명도 없는 상황에서 개발자 채용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이드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개발자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함께 소통하며 서비스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지원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는데요. 특히 외부 개발자의 경험이나 이력이 우수하다면 그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보통 이런 방식으로 1~2년차 주니어 개발자 채용이 가능해집니다.

단 1명이라도 정규직 개발자 채용하기

이렇게 경력이 있는 외부 개발자의 백그라운드를 활용해 단 1명의 주니어 개발자라도 세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부에 진짜 개발팀이 생기게 되는 것이니 말이죠. 물론 경험이 많은 개발자가 조인하면 아주 좋겠지만, 투자를 받아 운영자금이 넉넉한 상태가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초기 단계에서는 어중간한 능력의 열정 없는 경력 개발자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크고 열정이 넘치는 신입 개발자가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일단 사이드프로젝트로 도와주는 경력 개발자가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의 디렉팅을 빠르게 흡수하고 수행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세팅된 1명의 내부 개발자와 외부 개발자를 통해 어떻게 해서든 MVP 모델을 만들어내고 검증을 통해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입니다. 투자금을 개발인력 채용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투자유치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투자유치 없이 개발팀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내부 개발자 1명으로 베타서비스, 더 나아가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개발팀 규모 키우기

투자유치에 실패해 돈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개발팀 규모를 키울 수 있을까요. 답은 바로 대학교 연계 및 정부지원 인턴십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데 있습니다. 정규직 개발자 1명을 뽑는 데 외부 개발자 1명이 큰 역할을 했듯이, 정규직 주니어 개발자 1명이 각종 인턴십 프로그램에 선정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보통 대학교와 정부지원 인턴십은 기업 내부에 개발팀, 즉 정규직 개발인력이 존재해야만 지원자격이 충족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주니어 개발자 1명을 통해 최소 1~2명까지 인턴 개발자를 충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학점과 연계한 정부지원 프로그램도 있어 IT계열 대학생들이 많이 선호하고 있는데요. 스타트업에게는 지원금을 받아 성장 가능성이 큰 대학생 개발자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인턴십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취지가 학생들의 ‘교육 목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턴십의 과제는 회사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업무 중심이 아닌 교육 중심의 프로그램을 세팅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인턴십은 실질적으로 업무와 프로덕트에 당장 도움이 되는 인력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큰 개발자들을 미리 만나고, 향후 채용까지 제안할 수 있다는 점에 목적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각 대학교 취업연계 페이지나 이를 주관하는 정부기관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큰 홍보를 통해 모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발품을 팔아서 알아볼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개발자가 있어야 뭐라도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개발자가 개발자를 채용하고 개발팀을 세팅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뤄봤는데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 1명의 개발자라도 무조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완벽한 개발팀을 갖출 수는 없습니다. 정규직 개발자를 채용할 수 없다면, 발로 뛰어서 외부 개발자와 연을 만들고 사이드프로젝트로라도 조인을 시켜야 합니다. 그 다음 경력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1명의 정규직 주니어 개발자를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후 어떻게 해서든 3~4명이 함께 일하는 인하우스 개발팀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마 여기까지가 초기 스타트업이 개발팀을 세팅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단계일 것 같습니다. 그 이후는 시리즈A를 넘어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될 수 있을 텐데요. 개발자 채용으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는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이 콘텐츠가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겠습니다.